<앵커>
우리에게 친근한 고전소설 속 흥부와 놀부는 지금까지 박 씨나 연 씨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부 놀부 형제가 평양 사람이고 또 '덕수 장씨'란 내용이 담긴 손으로 쓴 '흥부전'이 발견됐습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평양 서촌에 사는 가난한 평민 장천이 아들 둘을 낳았는데, 첫째는 놀부고 둘째는 흥부다." 1833년 계사년 무렵에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흥보만보록'의 첫 구절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흥부전 중 가장 오래된 것보다 20년이 앞섰습니다.
[송준호/전 연세대 교수 : 원래 우리 집안에 전하던 책이에요. 나중에 읽어보니까 (흔히 알려진 것과) 너무 달라요. 평양 얘기가 나와 서 말이죠.]
[정순임 명창 '흥보가' 中 : 우리나라 경상·전라·충청 3도 어딘가에 박 씨 형제가 사는데…]
그동안의 흥부전들이 전라도 남원 근처로 추정되는 지역을 배경으로 했고, 흥부 놀부 형제를 박 씨나 연 씨로 그린 것과도 확연히 다릅니다.
결말에는 흥부가 과거에 급제해 무관이 됐고,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됐다고 썼습니다.
[김동욱/국문학 박사 : (박 씨는) 제비가 박씨를 물고 와서 그냥 붙인 것 같고요. 연 씨도 제비 연(燕)이라는 한자에서 연 씨로 붙인 것 같은데, 여긴 장 씨라고 하고요. 흥부전도 초기에는 서도 (평안·황해도 지방) 소리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놀부가 재산을 독차지하려 동생을 내쫓았다는 다른 흥부전과 달리,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부모를 도울 수 없다고 한 놀부도 상대적으로 덜 악하게 그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