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분실 10년 만에 확인
재발급 받은 사실 드러나
언제 어디서 사라졌는지도 몰라
1997년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解例)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발급 받은 ‘원본 증서’가 사라졌다. 문화재청은 발급 1년 만에 증서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10년이 지난 2007년에야 확인한 뒤 부랴부랴 재발급을 받았다. 세계적인 문화재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서를 어이없이 분실했음에도 문화재청은 원본이 어떤 경로로 사라졌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보존 가치가 높은 세계 각국의 주요 문화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등재가 결정되면 이를 증명하는 ‘증서’를 발급한다.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도 같은 절차를 거쳐 1997년 등재와 동시에 증서를 받았다.
하지만 6일 본보 취재 결과, 현재 문화재청이 소유하고 있는 증서는 발급날짜가 97년이 아니라 2007년 9월 14일로 돼 있다. 원본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화재청 측은 “98년 문화재청이 문화관광체육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승격하면서 청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겼는데 그때 잃어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서 발급 날짜가 2007년으로 돼 있는 건 그 해 재발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98년 분실했고, 10년 가까운 기간이 흘러서야 이를 파악해 재발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확한 분실 경위는 오리무중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재발급 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담당자가 퇴직을 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 과정이 신규 발급 못지 않게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는 정도가 전부다.
문화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증서도 또 하나의 기록물인데 그만큼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초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얘기는 당시 공무원 중 누군가 빼돌려 민간인에게 팔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기록물전문가 전진한 알권리 연구소장)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측 역시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2007년 당시 담당자가 퇴사해 알고 있는 관련 정보는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등재 증서를 분실했다는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조선왕조실록 증서는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실록과 함께 전시돼 있는데, 재발급된 것이라는 설명은 전혀 달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