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세기 후반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인식하지 않았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본 검정교과서가 발견됐다.
일본 검정교과서 가운데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국경선이 그어져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지도가 있어서 독도가 조선 땅이었다는 사실을 밝힐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가 지난 3일 개최한 월례발표회에서 오카무라 마쓰타로(岡村增太郞, 생몰년 미상)가 1886년 편찬한 지리교과서 '신찬지지'(新撰地誌)의 독도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오카무라 마쓰타로는 1875년 도쿄사범대학교를 졸업했고, 1885년 출판사 '후큐샤'(普及舍)가 발행한 '교육시론'(敎育時論)의 편집자를 잠시 맡았다. 이후 1910년대 초반까지 사범학교 교원과 소학교 교장으로 활동했다.
그가 지은 신찬지지 중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해역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총도'(日本總圖)는 2012년 국내 학계에 소개된 바 있다.
한 교수는 신찬지지의 일본총도에 대해 "조선 동해안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두 섬이 있는데, 빗금을 보면 조선의 영역임을 알 수 있다"며 "시마네(島根)현 오키(隱岐) 제도는 일본 쪽으로 빗금 처리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일본총도가 독도가 조선 땅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간접 증거라면 이번에 발견된 신찬지지 권3의 아시아 지도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도에는 일본의 국경이 붉은색으로 그어져 있다. 지도에는 남쪽의 오키나와와 쓰시마 섬부터 북쪽의 홋카이도와 오늘날 쿠릴 열도로 불리는 지시마(千島) 열도까지 모두 일본 영토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울릉도와 독도 해역은 확실하게 일본 영토에서 제외돼 있다.
국경선을 이처럼 처리한 지도는 지질학자인 야마가미 만지로(山上萬次郞)가 1902년과 1903년에 편찬한 교과서에서도 확인된다.
한 교수는 "신찬지지의 아시아 지도에 오키 제도는 있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그려지지도 않았다"며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했다면 섬을 그려 넣고 국경선을 더욱 올려서 그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경선은 보통 모든 지리 정보를 종합해 그린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일본이 독도를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은 신찬지지의 권2에 실린 '일본전도'(日本全圖), 일본 시마네현과 돗토리(鳥取)현을 지칭하는 산인(山陰) 지역의 지도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특히 일본전도에는 삽입도 형태로 부속도서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데, 오키 제도는 있으나 독도는 어디에도 없다.
한 교수는 오카무라 마쓰타로가 1892년 내놓은 '명치지지'(明治地誌)에서도 독도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치지지의 권1에는 일본 각지의 지리 정보를 상세하게 그린 '부현명세도'(府縣明細圖)가 있는데, 시마네현에는 오키 제도만 관할 지역으로 그려져 있을 뿐이다. 시마네현에 속한 섬 중에 독도는 없다. 또 '명치지지'의 아시아 지도에도 독도는 표시돼 있지 않다.
한 교수는 오카무라의 신찬지지에 대해 "권1은 인가제 교과서였지만, 권2∼4는 일본 문부성이 검증한 교과서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카무라의 지리 교과서는 검정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 내세우는 고유영토론과 주인이 없어 점유했다는 무주지선점론을 비판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