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만해 대상 , 실천대상 제인 구달 박사

조회 수 5228 추천 수 1 2017.08.10 2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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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만해대상] 실천대상 제인 구달 박사 인터뷰




"만해의 평화 사랑·철학 담긴 賞… 자연과 평화 추구 포용해줘 영광" 1991년 침팬지 연구서 은퇴 후 청소년 돕는 '뿌리와 새싹' 운동 "돈 잘버는 직업 압박받는 청년들, 평생의 꿈 찾는 갭이어 가졌으면" 악수로 인사하려는 기자를 맑은 눈으로 한참 응시하더니 '침팬지의 어머니'는 볼을 마주 대는 '비주'(bisou)로 바꿨다. 12일 만해실천대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제인 구달(83·Goodall) 박사를 10일 낮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동물을 번호로 호명하는 게 과학계 상식이던 시절 '피피' 등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주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과학자다. 수상 소감을 먼저 물었다. "만해는 평화를 향한 사랑과 철학을 지닌 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연과의 평화를 추구해온 저 같은 사람까지 포용해주셔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영장류 동물행동학자가 품에서 침팬지 인형을 꺼내며 말을 막는다. 인형의 이름은 H. 30여년 전 눈먼 마술사 미스터 혼(Horn)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했다. 사고로 앞을 못 보게 된 청년이 초인적 노력으로 마술을 배웠고,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을 상대로 한 무대에서 자신의 장애를 미리 알리지 않고 공연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비밀을 공개한 뒤 "너희도 마음과 노력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며 격려한다고 했다.


 구달 박사는 그 이후 H와 63개국을 함께 다녔다. 청소년에게 꿈과 열정을 노래하는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의 창시자이자 UN 평화대사인 구달 박사의 여정이다. 63개국을 함께 다닌 침팬지 인형 ‘H’를 안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그는 “인간은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웃는 연민과 공감의 존재”라면서 “30년 전 ‘H’를 내게 선물해준 앞 못 보는 마술사 ‘미스터 혼’의 애정과 열정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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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팬지의 어머니'의 탄생은 196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강 근처 야생동물 보호구역이었다. 당시 26세였던 영국 출신의 금발 미혼 여성은 침팬지 연구를 하겠다며 지금도 오지(奧地)인 이곳을 찾았고, 이를 기특하게 여긴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 박사의 지도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그녀가 대학 구경도 하지 못한 고졸 출신이었다는 점. 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성과 덕분에 케임브리지대학은 1965년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구달 박사는 "케임브리지 역사상 학사 자격 없이 박사 학위를 받은 건 내가 8번째였다"며 수줍게 웃었다.


학위나 소위 '스펙'을 필수품처럼 여기는 요즘 우리 풍토에 주는 교훈은 없을까. 박사는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신중했다. "어떤 분야는 학위가 필요하고, 어떤 직업은 과잉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평생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라 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돈 잘 버는 직업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이 청소년들에게 특히 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1960년 탄자니아 곰베에 설립한 침팬지 연구소는 2017년 현재까지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기적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청년들도 구달 박사처럼 일생의 목표, 평생의 꿈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직 전선에 뛰어들 게 아니라 책 읽고 여행하며 사람을 만나는 갭 이어(Gap Year)를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자신만의 경험 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갭 이어'를 또래들보다 뒤처진다고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자 "정말 슬픈 일"이라며 "가족이 먹고살 만한 돈만 있다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성공한 삶"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구에서는 은퇴한 구달 박사는 1991년 탄자니아의 학생 16명과 함께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금은 100여개국 15만개 그룹의 젊은이들이 참여한다는 세계적 풀뿌리 운동이다. 추가 설명을 부탁하자 "어느 누구라도 매일 조금씩은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철학으로 시작했다"면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세 가지를 위한 '액션'을 결정하고 실행한다"고 했다.


각각 인간과 동물, 그리고 지구의 자연보호를 위한 소박한 행동들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통역과 해설에 나섰다. 제인 구달 박사의 '팬'과 '동료'로 20년 넘게 이어온 인연이다. 1996년 구달 박사의 첫 방한 당시 한 과학 잡지의 주선으로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에는 최 교수의 초청으로 구달 박사가 대여섯 차례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은 최 교수가 창립한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실무 지원과 후원을 맡고 있다. 구달 박사는 "팽생 침팬지를 연구했지만 인간이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금방 정색하면서 "그 똑똑한 머리를 지구를 망가뜨리는 데 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지금은 인간의 똑똑한 머리가 인간의 선한 마음과 끊어져 있다"면서 "'뿌리와 새싹' 운동을 통해 그 끊어진 다리를 다시 잇는 게 내 남은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인형 H를 다시 품에 안는 그의 눈이 투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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