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는 시민권자도 "배심원 출두하라"
법원 배심원 소환 규정 강화
해외 거주 증명 못 하면 벌금
소환 불응에 재판 적체 심화
LA중앙일보 발행 2017/09/13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7/09/12 21:14
배심원 소환 규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소환 편지를 받은 뒤 주거지 이전, 개인 사정 등으로 배심원 면제 요청을 하게 되면 법원에서 그에 따른 증빙 서류 제출 등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가 배심원 편지를 받아도 예외는 없다. 최근 데이브 김(31·서울 거주)씨는 배심원 소환 편지를 받았다. 김씨는 미국에 살 때 LA카운티 지역 부모 집에 거주했기 때문에 그 주소로 배심원 소환장이 발송됐다.
김씨는 "해외에 거주하기 때문에 법원에 전화를 걸어서 배심원 참석 면제를 요청했더니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보내라고 하더라"며 "증명 못하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에 증빙서류를 보내고 법원에 전화를 하느라 며칠동안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영주권자는 배심원에서 면제된다. 하지만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소환 편지를 받았다가 배심원 출두 통보를 받은 한인도 있다. 이한솔(39·LA)씨는 "시민권을 신청하면서 이름을 영문으로 변경했는데 배심원 편지는 영주권에 쓰인 한국 이름으로 받았다"며 "상황이 애매해서 법원에 전화를 했더니 '시민권을 받은 상태'라고 하니까 이름 변경 서류와 함께 배심원에 출두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LA수피리어코트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만 매년 평균 300만 명에게 배심원 소환 편지가 발송되고 있지만 응답률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배심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법원은 소환 및 벌금 규정을 강화해 배심원 소환율을 높이고 있다.
한인들은 배심원 면제 요청 사유로 주로 '영어 미숙'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기각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A수피리어코트 프란시스 존스(배심원 담당) 행정관은 "일단 시민권을 취득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단순히 언어 때문에 배심원 면제를 요청하는 건 이유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배심원 소환에 응한 뒤 법원에 와서 판사에게 직접 영어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배심원 부족으로 인한 법원의 판결 적체는 심화되고 있다. 가주법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배심원 재판은 총 9450건으로 전년(9950건)에 비해 500건이 줄었다. 이는 2009년(1만2532건), 2010년(1만1053건) 등과 비교해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심원 소환 통보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배심원단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영주권자라도 배심원 소환 편지를 받게 되면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한다.
영주권자 스티브 김씨는 "법원 웹사이트를 통해 배심원 면제 신청을 했는데 정보 몇 개가 안 맞았는지 법원으로 전화를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나중에 자동 응답기를 통해 정보를 기입해 면제를 받았지만 절차가 복잡해서 한인들이 면제를 받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