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곡예수면은 그만!… 인기 끄는 공항 캡슐호텔
기사입력 2017-10-02 05:03 기사원문 국민일보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비행기에서 밤을 새워 여행을 하는 것은 편리하다. 비행기 안에서 하룻밤을 지내면 호텔 예약하는 수고도 덜고 하루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고 공항 터미널 의자라는 게 애초 잠자리용으로 고안된 게 아니다보니 누워도 팔걸이에 걸려 다리를 뻗을 수도 없다.
하지만 장거리 항공 여행객들에게 희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각국 공항이 속속 캡슐호텔 설치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이제 아크로바틱(곡예) 자세로 공항에서 잠을 잘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고 표현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덜레스 공항은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공항은 최근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캡슐호텔을 하룻밤 30달러(약 3만4000원) 가격에 선보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요텔에어가 운영하는 캡슐호텔은 4시간에 42달러(약 4만5000원)면 이용 가능하다. 인천공항도 올 초 60개의 객실을 갖춘 캡슐호텔 ‘다락휴(休)’ 운영에 들어갔다.
캡슐호텔의 원조는 일본으로 이미 1970년대부터 등장했다. 캡슐호텔은 침대와 TV, 와이파이, 전화기 충전 시설 등을 갖추고 있고 치약, 칫솔 등도 제공된다. 갑작스럽게 항공편이 지연돼 발이 묶인 승객들이나 환승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늘어나는 캡슐호텔에 여행객들은 환호하지만 공항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큰 문제는 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보통 국제공항에 위치한 식당의 한 자리가 1년에 2만 달러(약 2200만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캡슐호텔이 이만한 수익을 보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 캡슐 호텔에서 한 이용객이 셀카를 찍고 있다.
또 주변 호텔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공항 주변 호텔들은 항공사 직원과 승객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공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싸고 편리한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공항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