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값 100만원 시대···고급·중급·저가폰 무슨 차이가 있나
기사입력 2017-10-05 07:00 기사원문 경향신문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 시대로 들어섰다. 예전에도 삼성전자 갤럭시S8과 애플의 아이폰7 시리즈 등의 최상위 모델이 100만원을 넘긴 했지만 이젠 LG전자의 V30을 제외하곤 최소 1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바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지난 8월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의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한 582달러(약 66만원)와 거의 두 배 차이다. 녹색소비자연대가 국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적정 단말기 가격을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 응답자의 44.4%가 30만원 이하라고 답한 것과도 차이가 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개 스마트폰의 가격이 80만원대 이상일 경우 프리미엄폰(고급폰), 40만원대~70만원대일 경우 중가폰, 30만원대 이하이면 저가폰에 속한다. 세 종류의 스마트폰의 가격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스마트폰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X를 설명하고 있다. 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
■프리미엄폰, 중·저가폰 어떤 차이 있나
스마트폰의 가격 차이는 기능과 재질의 차이에서 결정된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가 기능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재질과 스펙의 차이가 비슷한데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의 가격 차이가 50만원 이상 크게 난다면 기능의 차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프리미엄폰은 혁신적 기술을 가장 먼저 채용한다. 그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비싸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X의 경우 하위 모델인 아이폰8과 달리 지문이 아닌 얼굴로 사용자를 인식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안경과 모자를 써 외모가 바뀌어도 사용자를 인식할 수 있는 ‘트루 뎁스 카메라’를 적용해 가능한 기능이다.
애플의 아이폰X와 LG전자의 V30,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은 모두 하위 모델과 달리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테두리)를 최소화한 ‘베젤리스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것도 동일하다. V30은 f1.6의 조리개값에 ‘크리스탈 클리어 렌즈’를 채용해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다. 아이폰X와 갤럭시노트8은 광각렌즈와 망원렌즈에 모두 ‘광학적이미지안정화’ 모듈을 적용했다.
개발 비용은 스마트폰 신모델 발표 주기가 1년에서 6개월 단위로 줄면서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2~3개 팀이 돌아가면서 차기, 차차기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와 비교해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몇 배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리미엄폰에 적용된 신 기술은 대개 1년 정도가 지나면 중·저가폰에도 적용이 된다.
스마트폰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 혹은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6개월~1년 주기로 성능을 높인 새 버전으로 바뀌는 것도 프리미엄폰이 출시될 때마다 가격이 뛰는 데 일조한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하는 하반기 출시 프리미엄폰의 중앙처리장치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쓰지 않는다면 대개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를 쓴다. 1년~6개월전만 해도 스냅드래곤 820이나 821이 대세였다. 프리미엄폰도 1년 정도 지나면 유행에 뒤쳐지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경우 개발비와 연구비가 많이 들어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지만 가격 하락 속도는 텔레비전보다 더 빠르다.
재질의 경우 프리미엄폰은 메탈 소재에 전면 디스플레이는 물론 후면부에까지 ‘고릴라 글라스’로 불리는 강화유리를 사용한다. 광택이 나 보기 좋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경우 2010년 출시된 아이폰4에서부터 전·후면에 모두 강화 유리를 사용했다. 요즘 프리미엄폰은 강화유리가 전·후면·상하좌우를 모두 감싸는 형태로 나온다. 프리미엄폰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은 중·저가폰으로 갈수록 투박해진다. 중저가폰은 금속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강화유리는 디스플레이 부분에만 적용된다.
■비싼 건 부담스럽지만 예쁜 것도 놓치기 싫을 땐?…요즘 어르신도 ‘효도폰’은 싫다는데?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려면 자기의 사용 패턴을 먼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난 곧 죽어도 예뻐야 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가격과 기능보다는 심미적 측면이 프리미엄폰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노년에 들어섰을지라도 여전히 외부 활동이 많아 사람들을 만날 때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효도폰’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고 최첨단 기능을 다 활용할 것 같지도 않다면 화면이 크고 시원하게 빠진 중가폰이 어울린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Q8은 60만원대이면서도 프리미엄폰 수준의 5.7인치 대화면에 풀HD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중앙처리장치도 최신 프리미엄폰보다 한 단계 밑인 스냅드래곤 821로 크게 뒤지지 않고 방수, 듀얼카메라와 고품질 오디오 등 다양한 고급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저가폰의 경우 학생들이 많이 쓴다. 아이들이 학원은 잘 다니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부모들이 폰을 사줄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면 아이들은 좋은 폰을 못 받을 바에는 예쁜 폰이라도 받길 원한다. 이런 실구매자(부모)와 실사용자(자녀)의 상충하는 욕구의 틈새 시장을 노린 제품들이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7(2017년형)은 5.7인치 대화면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 삼성페이, 빅스비 홈을 탑재했다. 58만원대의 중가폰이지만 지원금을 받으면 30~40만원대로 낮아진다.
갤럭시A7(2017년형)
최신 프리미엄폰을 닮은 중저가폰을 쓰고 싶다면 LG전자의 Q6가 좋은 선택이 된다. 보급형 Q시리즈 스마트폰 중 첫 제품으로 8월 출시된 Q6는 LG전자가 상반기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G6의 디자인과 편의 기능을 그대로 계승했다. 18대 9 화면비를 지닌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으로 전면 500만 화소,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를 갖췄다. 생긴 건 G6와 같고 성능은 그보다 못하지만 가격이 30만원 후반에서 40만원대 초반이란 점이 매력이다. 지원금을 받으면 10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이통사들이 저가폰에 지원금을 덜 쓰지만 가끔 이벤트 형식으로 저가폰에도 지원금을 풀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아이들이 더 잘 안다. ‘루리웹’ 같은 아이들의 커뮤니티에 어느 매장에서 어떤 스마트폰이 공짜로 풀렸다고 소식이 올라오면 단번에 소문이 쫙 퍼지는 식이다.
LG Q6
통화는 물론 검색·영상 이용도 자주한다면 대용량 배터리를 갖춘 스마트폰이 유리하다. LG전자가 6월 초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X500은 국내 최대 용량의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한 실속형 스마트폰이다. 배터리 용량이 4500mAh에 달해 한 번 충전하면 이틀 동안은 너끈히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힘이 좋아 ‘X파워’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다. 5.5인치 화면에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갖췄다. 출고가는 31만9000원이지만 지원금을 받으면 1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가격과 기능, 미적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스마트폰은 없다. 최첨단의 기능을 갖추고 디자인도 멋지길 원한다면 비싼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과 기능, 디자인에서 절충점을 찾아 구매해야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구매는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를 원한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며 “좋은 스마트폰을 고르려면 뭘 원하고 뭘 포기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나의 사용 패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