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의 행운

조회 수 2596 추천 수 0 2018.01.11 14:47:54

20년째 화훼농사 짓다 발상 전환
종자 개량해 매일매일 대량 수확
음료 토핑용으로 하루 2만장 공급
"외국서 못 따라해 .. 수출도 유망"



  신년 초부터 네잎 클로버 열풍이 뜨겁다.
  열풍의 진원지는 풀밭이 아니라 커피전문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일 내놓은 네잎 클로버를 토핑으로 올린 ‘오트 그린티 라테’ 얘기다. 신년을 맞아 행운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행운의 상징을 음료에 담았다. 오트(귀리) 밀크와 그린티를 섞은 이 음료는 전국 1120여 개 매장에 일제히 선보였는데 출시 첫날부터 1만 잔이 완판됐다. 더 팔고 싶었지만 준비한 네잎 클로버가 동이 났다. 스타벅스는 이튿날부터 매일 네잎 클로버 2만 장을 준비해 오트 그린티 라테를 판매하고 있다.

  박현숙 스타벅스코리아 카테고리총괄부장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네잎 클로버가 띄워진 오트 그린티 라테 사진이 지금까지 3000장 이상 올라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네잎 클로버는 희귀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나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구하기 힘든 네잎 클로버를 스타벅스는 어떻게 매일 2만 장 이상 안정적으로 음료에 넣어 팔고 있을까. 비결은 20년째 화훼농사와 유통을 겸하고 있는 홍인헌(56)씨 덕분이다. 그는 국내 유일의 ‘네잎 클로버 농부’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키워 내는 클로버는 잎의 90% 이상이 네잎 또는 그 이상이다. 홍씨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나처럼 대량으로 네잎 클로버를 키우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중앙일보 취재진이 충북 청주에 있는 홍씨의 클로버 농장을 찾았다. 바깥은 철제 기둥의 초대형 유리온실, 안쪽은 비닐하우스로 된 이중 온실 속에서 클로버가 일반 작물처럼 밭고랑 위 검은 비닐을 뚫고 자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운이 좋아야 겨우 찾을 수 있다는 네잎 클로버가 지천에 깔렸다. 2000㎡(약 600평) 규모의 클로버 밭에서 매일 2만 장의 네잎 클로버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클로버는 잎을 뜯어내도 일주일 뒤면 다시 수확할 수 있어 작물로서 경제성이 뛰어나다.

  대학 시절 원예학을 전공했다는 홍씨는 화훼 유통업을 하다가 좀 더 수익성 높은 작물을 고민하던 끝에 네잎 클로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희귀한 네잎 클로버를 대량으로 재배해 낼 수 있다면 부가가치가 높게 팔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홍씨는 5년간 네잎 클로버가 난 줄기를 옮겨 심는 등 수십 번의 종자 개량을 통해 국내 최초로 네잎 클로버 대량 생산법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각각 ‘대박’과 ‘포유’라는 이름으로, 국립종자원에 일종의 식물 특허인 ‘품종 등록’까지 마쳤다.


20180112000357589dbeq.jpg


                                        -네잎 클로버가 올려진 스타벅스 코리아의 오트 그린티 라테.  


 
  홍씨는 처음엔 네잎 클로버를 화분에 심어 판매했다. 돈이 되지 않았다. 다음엔 지인들을 통해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한식당과 일식당·양식당 등에 공급하는 루트를 뚫었다. 그래 봤자 하루 500장에 불과했다. 그러던 사이 홍씨의 네잎 클로버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서 라테용 토핑으로 네잎 클로버를 채택한 것도 식음료 기획담당 직원이 소문을 듣고 홍씨를 직접 찾아온 결과다.
  네잎 클로버 한 장의 가격이 궁금했다. 스타벅스에 음료 토핑용으로 하루 2만 장을 공급한다고 해도 큰돈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잔에 6100원인 오트 그린티 라테에 넣을 클로버 한 장을 1000원에 공급한다고 해도 2만 장이면 2000만원에 불과하다. 네잎 클로버 공급 가격은 홍씨는 물론 스타벅스에서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홍씨는 대신 “일반 사과 상자 크기 한 상자에 네잎 클로버를 소포장해 담으면 5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공개했다. “더군다나 오이나 고추처럼 1년에 한두 차례 수확해 파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밭에서 연중 매일 같은 양을 수확해 판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답했다. 홍씨는 올 한 해 프랜차이즈 공급 확대와 수출 등을 통해 네잎 클로버만으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황정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홍씨는 네잎 클로버라는 작물이 아닌 행운이라는 이미지를 파는 농부”라며 “기념품으로나 쓰는 네잎 클로버를 육종해 식음료 메뉴에 이용한다는 것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기존 농업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한국 농업의 입장에서는 홍씨의 네잎 클로버 같은 창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4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26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2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41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08 5
» 네잎 클로버의 행운 file 웹담당관리자 2018-01-11 2596  
1354 오랜 버릇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2] 오애숙 2018-01-12 1642  
1353 대한 추위와 풍습 오애숙 2018-01-19 1982  
1352 입춘의 문턱에 서서 [3] 오애숙 2018-01-29 2964  
1351 함량 미달 선생에 줄 서는 함량 미달 작가들 file [7] 서용덕 2018-01-31 3485 1
1350 입춘의 날씨 [1] 웹담당관리자 2018-02-03 2489  
1349 남자의 기도 [1] 석송 2018-02-06 1618  
1348 문화계 '미투'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는 최영미 폭로시 '괴물' file [6] 웹담당관리자 2018-02-06 3996 2
1347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기도 [2] 오애숙 2018-02-07 2149  
1346 발렌타인 데이 [1] 오애숙 2018-02-13 1596  
1345 고유명절 설과 달라진 이면 [2] 오애숙 2018-02-13 2866  
1344 삼일절을 영어로 설명하면 어떻게 할까요? [2] 오애숙 2018-02-22 11885  
1343 불량품/이정아 file [4] 이정아 2018-03-01 2085 2
1342 정월 대보름 [2] 오애숙 2018-03-01 6548  
1341 잎보다 먼저 피는 개나리꽃 [1] 오애숙 2018-03-11 2089  
1340 제94회 시향 서울 낭송회 웹담당관리자 2018-03-23 1819 1
1339 구례 산수유꽃 축제 [2] 오애숙 2018-03-23 3079  
1338 봄을 여는 길목에서 [3] 오애숙 2018-03-26 1577  
1337 부활의 의미 [4] 오애숙 2018-03-30 2735  
1336 진해 군항제와 어울어진 벚꽃 축제 오애숙 2018-04-01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