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서녘 또 다른 새 바람(하와이 와이키키 다녀와서)/은파 오애숙
싱그런 바람이 가슴에 스친다.
하와이라 그런가! 해초의 비릿함 아니라 신선한 하늬바람이다.겨울에 부는 찬 바람을 우리는
겨울바람, 샛바람이라 부르고 북서계절풍, 한냉한 바람을 칼바람, 삭풍, 높새바람이라고한다.
특히 바닷가에서 부는 겨울바람은 매섭다. 겨울이 비교적 온화한 LA, 산타모니카 바다 가봐도
표효의 부르짖음은 가슴을 섬짓하게 해 낭만 찾으러 갔다가 낭만을 얼게 만든다. 허나 하와이는
태풍과 해일 거의 없고 우기철에도 대부분 몇 분간 쏟아지는 스콜이다. 하와이가 그래서 좋다.
그래서 일까! 눈이 집어내는 것 그 모두가 잔잔한 호숫가 같다. 사람들 모습과 풍경도 겨울인데
새봄의 향기가 휘날린다. 의상도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이들과 비치 샌들에 간편한 원피스
입고 자전거 타는 여자, 수영하는 이들 눈에 들어 온다. 해변에서 입은 옷으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다. 또한 가는 곳마다 일곱색깔 무지개 활짝 피워 가슴에 희망이 샘솟구치게 하고있기에
겨울철이라 한 주간 비 소식 예보만 믿고 우리들의 의상은 칙칙한 색상으로 도배 했던 기억이다.
하와이는 무지개 주다. 아마도 앞서 말한 그런 이유로 무지개주라 하는지. 자주 무지개를 볼 수가
있다. 버스도 무지개 빛깔로 색이 입혀 있어 과연 무지개 주 다웠다. 일행 중에 와이키키 해변을
가고 싶다고 노래하던 정순옥수필가 덕에 가게 됐다.거기서 거기 같은 해변이라 아리송했었는데
정확한 와이키키해변에 하차 해 상점과 호텔이 늘어서 있는 곳을 걸어 다녀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추억들 지금도 마음 속에서 들숨과 날숨 사이 사이에서 찰랑 거리며 살폿한 물결로 그리움 스민다.
허나 아쉬움 일렁인다.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너무나 조용했다. 그저 호텔 몇 개 중 하나 선전 위해
네온싸인 빌딩에 무지개 빛으로 반사 시킬 뿐 캐롤 송도 들리지 않았고 츄리도 거의 없다. 경기침체
하와이도 예외가 아닌데 성탄절을 구실 삼아 경기를 회복 시켜보면 좋으련만 욕심이 없는 것인지
늘 여행객으로 고정적인 숫자가 있어서 배가 부른 것인지! 알수 없지만 관심 밖인 것 같아 보였다.
욕심인지 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반지로 만들 수 있는 진주가 백달러 넘으니 비지니스 해볼까...
허나 거리가 한가롭다. 물론 하와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 심심치않고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서부
LA 산타모니카 비치나 레돈드 비치와는 차원이 다른 온화함의 물결만 살랑일 뿐이다. 늦은 밤 9시경
강정실 회장님과 정덕수 수필가와 거리로 나왔으나 지나 다니는 행인은 거의 없었고 그저 명품만을
자랑하는 환한 쇼윈도우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비수기에 다녀 온 탓도 있겠으나 일 년 내내 관광
지로 유명한 곳인데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그 자체 였던 기억! 시간상 민속촌 다녀오지 못해 아쉬웠다.
아쉬움 속 3박 4일의 여행한 후 LA 도착했다. 일 년 내내 시원스런 하늬바람 부는 하와이에 안착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 그 동안 거센 세파로 힘겨운 까닭인가. 추위가 싫은 까닭인가. LA 사시사철 푸르게
꽃이 펴 천사의 도시라 이름 붙여진 LA가 좋다고 노래 불렀는데, 오자마자 하와이가 다시 그리웁다.
아늑했던 하와이의 날씨! 그 온화한 해변의 연중 섭씨 23도 내외의 온도와 에메랄드빛 바다의 싱그런
그 물결 아직 식지 않고 가슴에서 일렁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마지막 종착역 향하여 기도하는 맘이다
성탄절을 앞에 두고 비가 내린다. 아버님을 뵙고 아들과 집으로 오는 길 바람과 동반한 비바람이다.
LA 근교 눈이 내린 까닭인지. 어두운 밤이 되니 바람이 살갗을 파고 든다. 하와이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가 와도 하와이에서 내리는 비와는 차원이 다른 비! 지금 껏 살아왔던 쾌쾌 묵은 찌거기
LA 겨울비에 쫙 쓸어내려 훌훌 털어 바람에 날려 보낼 수만 있다면 당장 보따리 하나만 싸가지고서
하와이에 안주하고 싶은 설렘이다. 백세 향한 하늘빛 그 설렘 꿈 많은 소녀 심상으로 바뀐 까닭인가!
내 인생 서녘, 새 바람 일렁인다.
하와이 호롤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