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우디 이야기 2부

조회 수 152 추천 수 1 2020.05.16 10:12:54

여러분은 혹시 70년대에 새벽 단잠을 깨우던 새마을 노래를 기억하는가?
아침 일찍 동네 어귀마다 메어놓은 확성기를 통해 일어나 일하라고 떠들어대던 그 소음.
사우디의 새벽은 그렇게 시작된다.
걸프전 때나 아니 요즘도 중동이 매스컴을 타,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 교회가 많이 있는 것처럼 그 나라에도 모스크라는 회당이 곳곳에 널려있다.
성경의 다니엘서에 보면 유대인들은 하루에 세 번 그들의 고향인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는데
이 사람들은 매일 기도를 다섯 번 한다.
새벽 먼동이 트기 전, 정오쯤, 오후 네시쯤, 일곱시쯤, 밤 아홉시 반 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확한 시간을 모르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월력을 사용하며 시간이 조금씩 변경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일 년이 열세 달이 되어 월급을 타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새벽을 깨우는 아침 쌀라-기도시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었지만
깊은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은 그 시간이 되어 겨우 잠이 들어도 한번 잠이 깨면 더 잘 수가 없다.
모스크 탑 네 벽에 스피커를 달아놓고 5분 정도를 시끄럽게 읊어대는데
노래도 아니고 시조도 아니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를 엄청 크게 질러댄다.
더러 잠을 깼다가 다시 잘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또 다른 불편은 꼭 쇼핑을 가면 -쌀라-에 걸린다.
티브이 방송을 보고(기도시간 일정을 알려줌) 그 시간을 비껴가도
쇼핑 도중에 걸려서 가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들어가 쇼핑을 마치든지,
시간 맞춰 갔는데도 문을 안 열어서 한참씩 찜통더위에서 시간을 버려야 한다. 

 

남편은 비행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니 쇼핑도 한꺼번에 몰아서 해야 하는데
쇼핑 도중에 -쌀라-에 걸려서, 20분가량을 밖으로 쫓겨나
밤시간이라도 푹푹 찌는 거리에서 기다려야 한다면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
그것도 새까만 베일로 머리를 가리고 또한 긴 팔 긴 치마의 도포 같은 가운을 입고서 말이다.
게다가 오후 열 두시 반부터 네시 반까지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그때 가게 문을 닫고 쉬든지 잠을 잔다.

이래저래 우리 남편들의 귀한 시간은 허무하게 사라져간다.
여자들이 운전할 수가 없고 또 남정네 없이 다니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셋이서 까만 거 안 입고 쇼핑 나갔다가 시비가 생겨서 경찰서 신세를 진 일도 있었다.)
부인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이 남편인 까닭에 가능하면 부부가 함께 다닌다.
덕분에 사우디에서 몇 년을 살다 온 부부들은 자동으로 애처가가 된다니 그건 찬성할 일이다.

 

대개의 아랍인들 종교에 대한 열심은 그 도가 지나쳐서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쇼핑센터 구석에 병풍치고 카펫을 깔고 간이 기도처를 마련하고

병원 구석에서도, 심지어는 비행기 안에서도 자신의 조그만 카펫을 펴놓고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승무원 가족 특혜로 일등석을 자주 이용하는데, 어느 지역 상공을 날든지

그곳 시간이 어찌 되든지 사우디 시간으로 기도 시간이 되면 기내방송을 한다.
그리고는 기장실에서 두 기장이 모두 나와 그들의 성지인 메카를 향해
엎드렸다 일어섰다 하며 기도를 한적도 있다.
비행기는 오토 파일럿트(자동장치)를 걸어 놓았다지만 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모든 사우디의 비행기 천정에는 메카 쪽으로 화살표가 나침반처럼 표기되어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기도할 때에는 은밀히 골방에 들어가서 하라고 배운 것 같은데....

나도 그 시간을 이용해 하나님께 기도한다.
주님의 뜻 안에서 이들의 영혼을 변화시켜 진정한 구원으로 인도해 주십사하고.

(3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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