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해바라기 여행 2-해돋이 06년 1월

조회 수 125 추천 수 1 2020.06.20 18:17:31

 

잘 알지도 못하는 산행팀을 따라 해맞이를 하기 위해 완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 얼굴이 두엇 있었고 또 등산이라는 공통분모를 믿었기에,,

아직 허리가 시원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안되다는 다짐으로

허리에 파스 붙이고 그래도 겁나서 진통제도 챙겨먹고 나선 걸음이었다

상황봉을 가 볼 기회는 여러번 있었지만 번번히 일이 생겨 가지 못하다가

이제 2006년을 그곳에서 열게 된다니 그동안 못 가본게 오해려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처음엔 섬에 있는 괜찮은 봉우리려니 생각했는데 나눠주는 지도를 보니 함부로 대할 코스가 아니다

봉우리가 다섯 개나 되고 하나는 지나쳐 네 개를 종주 한다니 조금 겁이 나기도,,,

그러나 어쩌랴 이미 길을 떠난 몸이고 단체 산행은 길을 같이 다니는게 원칙인것을 아는 터에

개인 사정으로 중도하차 하기도 뭐하고, 또 출발지와 종착지가 서로 달라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완도군은 201개의 섬으로 이뤄지고 12개의 읍.면의 해안선 총 연장은 867km에 달하며

그중에도 제일 큰 섬인 완도는 육지와 연결된 완도교의 설치로 육로화 되어 있다

완도의 중앙에 위치한 진산 상황봉에는 옛 봉수대가 남아있고 표석이 세워져 있으며

주봉에서 북으로 뻗는 능선에는 층암절벽의 백운봉과 평평한 바위의 업진봉,

스님이 좌선하는 형상의 숙승봉이 있고 주봉의 남쪽으로는 노웅수조의 형상인 선인봉과

쉰봉에서 대구리 쪽으로 이어지는 오봉능선도 유명하단다



산에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오늘 우리가 택한 코스는

섬의 동쪽인 장좌리의 청해초교에서 시작하여 곧바로 주봉인 상황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을 지나 불목리 저수지의 장보고 촬영지까지 가는 길이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역시 일기예보는 틀리는구나 생각하며

새벽 다섯시에 된장국에 밥  한술 말아 먹고 가볍게 준비 운동을 한 다음

산 위에서 추울것을 대비해 완전무장에 헤드랜턴을  달고 혹시몰라 우비에 우산까지 갖춘 채

일곱시 반경에 만날 해볻이에 맞추어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산에 들자마자 가파른 언덕길이 미리 지치게 하였지만, 일출을 놓칠새라 모두들 걸음을 재촉하고

역시 남쪽이라 훨씬 다숩구나, 눈이 하나도 없네,,, 했더니 왠걸,

중간 지점부터 얼음에 눈에 길은 영 미끄러워 별  수없이 아이젠을 꺼내어 발에 달고 가는데

한 겨울에 왜이렇게 더운거야 모두들 겉옷을 벗어 부치고 정상 앞 가파른 길을 계속 가니

힘에 겨워 쳐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다



상황봉에 가까와지는지 주위가 희미하게 밝아 오고 해돋이를 포기한 사람들인지

벌써 정상을 돌아 하산하는지 내려오는 다른 사람들도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아, 해가 떠오른다

 

비록 구름에 가려 바다에서의 일출은 아니지만

어제 숨어버린 한뼘 남짓한 그자리에서 해가 고유의 현란한 빛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구름 사이로 그 고운 얼굴이 나타나더니 잠시후 온통 붉은 빛이 안개를 걷어내며 자태를 드러냈다

더러는 야호를 외치며 누구는 두 손 모아 빌기도 하고 나 또한 속으로 새해 소망을 빌었다

해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완전히 둥근 모습을 드러내는데 2분이 걸린다는데 재보지는 않았다

단체사진을 찍는다는데 모르는 사람들이라 영 어색하다

대충 뒤에 숨어 여자들 사이로 고개만 내밀었다



물 한모금 마시고 커피 한 잔 얻어 먹고 양주병이 돌아가는데 손사래로 사양하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 했다

마음 같아선 이 길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어 앞 뒤로 호위 받으며 일행을 따른다

저 앞에 보이는 무지막지해 보이는 곳이 백운봉,,,저 곳을 어찌 오르나 걱정했는데

앞에서 보는 모습만 엄청나 보일 뿐 뒤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오히려 수월하여

넓디 넓은 백운봉 정상에서 다리를 쉬며 귤과 양갱이로 재충전을 한다

슬슬 배는 고파오고 아직도 갈길은 멀어 (물론 아는이도 없지만) 묵묵히 발길만 재촉해

업진봉과 숙승봉에 점 찍고 열심히 걷는데 내려오는 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젠을 빼버렸는데 게으른 나는 아직도 발에 달고 있어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지만

이제 다 왔다고 안도하는 마음이 다리 힘을 빼버리는걸까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넘어지고 뒤에서 미끄러진다



겨우겨우 내려와 저수지 옆으로 흐르는 물에서 스틱과 아이젠을 씻고 등산화도 대충 닦은후

집합 장소로 가다가 함께 걷던 분께 호빵하나 얻어 먹는데 이렇게 맛난 호빵은 첨 먹어본다 


 하긴 배고플때 무엇인들 마다하랴, 새벽 다섯시에 간단히 요기하고 다섯 시간 이상 걸었으니,,,

그란디 이거이 먼소리여?? 밥먹을때가 안되았다고??

먼저 해수탕에 목욕하고 개운하게 옷 갈아 입고 식사를 한다는데 난 준비도 안 했고

씻고 나서 도로 땀에 절은 옷을 입기도 뭐해서 그냥 버스에서 쉬려는데 영 추워서 쉴 수가 없다

한 시간을 벌벌 떨며 차에 누워있다가 두런두런 사람 소리에 일어나 보니 그래도 조금 자긴 했나보다



떡국을 끓인다고 가스통에 불 붙이고 옆에선 생선회와 야채가 소주병 옆에 대기하고 있다

추울때는 소주 몇 잔이 효자일수도,,,핑게가 좋아 연신 상추에 회를 얹어 소주잔을 비워낸다

떡국을 기다리다 성질 급한 몇몇 사람 비상식량 라면에 떡을 넣어 미리 먹고

소주에 라면 국물에 추위를 이긴 나 또한 떡국은 집에 가서 먹기로하고 차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비걱정 했었는데 아쉬우나마 해돋이도 보고 산행도 마치고 이제 무사히 집으로 귀환만 남았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접어버리고 이제 희망으로 2006년을 잘 열어보리라 결심하며

비몽사몽 잠에 잠시나마 나 자신을 맡기고 광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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