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어두워서/김문억
가스불을 켜자 물이 벌떡 일어선다
甲질을 하는 가스불을 더 올리자 물이 마구 뛰어다니며 바닥이 뜨겁다고 크게 외치다가
가스불이 계속 들어오자 눈을 까뒤집으며 거품 물고 길길이 뛰며 기절하다가
고통소리 미처 알아듣지 못해, 못해 시체도 안 남기고 물이 깨끗이 죽어갔다.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난 셋방살이와 전철 문에 끼인 일용직 노동자와
편의점 알바생 반지하방 장화홍련까지 뜨거운 가스불에 증발하고 없다
방향을 바꾸기 전에
한 쪽 귀마저 열기 전에
乙의 허점 : 문서를 작성할 때 이름을 잘못 지었다/ 수갑처럼 생긴 甲이 乙을 보자 하니/ 힘없고 볼품없으니까 얕잡아 볼 수밖에 |
김문억 시집<김문억 사설시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