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정 실
아흐, 여기에도 오솔길이 있네
뻐꾸기가 앉았던 자리에
매니큐어 칠한 게가
다른 게와 입맞춤하고
배추밭과 무밭 고랑엔
잡풀이 무성해
바람에 출렁출렁
춤추고 있다
아흐, 여기에도 초가집이 밀집해 있네
골목을 쏘다니며
찰칵대는 엿장수 가위 소리에
이곳저곳에서 찌그러진
주전자 냄비를 들고 나오다
어른들이 쫓아 나오자
어린놈들은
후다닥 낡은 창고 속에 숨어버린다
아흐, 낮에는 이들의 삶터를 위협하네
갖가지 창칼로 인신매매 당하고
버려진 쓰레기와 깡통식품으로
빈 배를 채워
나태한 빈민촌으로 형성되어가고
부유(浮游)하는 비닐류와 깨진 유리병이
목을 옥죄게 하니
화들짝 놀라게 한다
아흐, 밤이 오면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네
파도의 손짓
밤새워 걷는 무리들
달과 별빛 속에 반짝이는 그리움이 있기에
갈치와 오징어떼가
밤바다를 은빛으로 발광(發光)하며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사진과 시가 잘 어울립니다. 이게 조화라는 뜻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