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사진
강 정 실
부엌전기 버너에 올려놓은 복숭아 사진 한 장이 5년 전 초여름날로 길라잡이한다
새 직장으로 옮기는 아들과 함께 짐 실은 아들의 자동차로 LA에서 애틀랜타로 향해 달려간 3일간의 고난이 불현듯 떠오른다
10번 프리웨이로 애리조나 투산과 윌콕스를 지나는데 운전석 뒷바퀴에서 투투투 소리가 나면서 타이어가 찢어진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삼각잭을 이용해 예비타이어로 교환하는데, 벚꽃같이 생긴 특수 보드가 빠지지 않고 도리어 나의 발길에 망가진다 보험사의 트럭을 통해 가까운 샌 사이먼의 타이어 가게 도착했으나 문은 닫혀 있고, 주변은 한가한 시골 마을이다 타이어 가게 옆 자택에는 서너 마리의 거위와 강아지가 우릴 보며 도둑으로 보이는지 고함을 질러댄다 간판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대로 연락하니 자식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어 밤 9시에나 도착한다나,
밤늦게 도착한 주인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묻는다 한 건 대박한 것으로 오인하는지 비굴한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엄청난 요금을 요구한다 "머 저런 기 다 있노!" 타이어 한 짝 교체를 말도 안 되는 바가지를 씌운다니, 단호히 거부하고 차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하룻밤을 패트병의 물로 배고픔을 이기며 차 속에서 뜬눈으로 지새운다
다음 날 아침 다른 보험사 트럭을 통해 로즈버그 타이어 가게 앞으로 옮긴다 이른 시간이라 직원을 기다리며 타이어 가게 건너편 봉숭아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잘 익은 복숭아 두 개를 따서 수돗물에 보송보송 붙어 있는 하얀 털을 씻어내고 아들과 마주 보며 한입 문다 입속에 풍성하게 흐르는 봉숭아 과즙이 어제의 괴롬은 사르르 녹아든다
세상살이의 온갖 풍상은 온몸으로 견디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증오와 고통의 아픔은 짧다 그리곤 아픔은 긴 추억으로 넘기며 내일이라는 희망의 기지개를 켜고 살아간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새로 입주한 부엌전기 버너에 얻어온 복숭아를 올려놓고 고충의 기억을 촬영한 후 봉숭아는 그대로 두고, 애틀랜타 공항서 LA로 향하는 비행기가 하늘을 향해 높이 오른다
오년전 추억을 사진에서 찾으셨군요
에효,,,어려운 일 당한 사람을 돕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우리를 슬프게해요
봉숭아 사진을 보며 제 입에도 침이 고이는걸 느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