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복슬이

조회 수 148 추천 수 1 2021.05.08 21:51:22

 

 

검은 개.jpg

 

                                                        얄미운 복슬이

 

                                                                                               정순옥

 

얄미운 복슬이. 나에게 그리움만 남기고 떠난 복슬이가 밉다. 복슬이는 내 소녀시절에 함께 지낸 새까만 눈동자에 갈색털을 가진 애견愛犬이다. 나는 한 평생을 살아 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을 대했지만 우리 복슬이처럼 내 가슴에 아련히 남아 가슴 절절하게 그립게 하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은 산들바람이 부는 날이어서 복슬이와 함께 솔밭길을 걸었던 추억이 더욱더 나나 보다. 얄미운 복슬이가 눈에 자꾸만 아른거리며 무척 보고싶다.

우리는 서로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엔 언제나 복슬이가 있었다. 얼마나 영특한지 나를 보면 손살 같이 달려와 책가방에다 입으로 뽀뽀하고는 뒤돌아서서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 어머니한테 내가 오고 있음을 알렸다. 때때로 우리는 뒷서거니 앞서거니 하면서 앞동산 솔밭길을 걸을 땐 너무도 행복했다. 복슬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즐거워 복슬이 집을 마루 밑에 마련해 주고 겨울에는 춥지 않게 담요도 마련해 주었다. 복슬이가 있어 밤중에 마당 건너에 있는 변소에 가는 일도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타지에서 여고생활을 하게 되어 이렇게 사랑스러운 복슬이와 헤어져서 살아야만 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쓰렸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여러 종류의 애완동물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제로는 4명 중 1명 정도 되는데 갈수록 많아질 가능성이 크단다. 가장 많은 애완동물로는 개로서 여러 종류가 있다. 크기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여러 가지가 다 다르다. 개를 말할 때 애완견(愛玩犬) 이라 부르면 주로 실내에서 귀여워하며 기르는 작은 개를 말한다. 반려견(伴侶犬)이라 할 때는 동무처럼 생활을 함께 하는 개를 말한다. 유기견은 주인에게 버려 졌거나 길을 잃어서 집주인이 없는 개를 말한다. 진돗개처럼 족보를 자랑하는 개, 시골에서 키우는 똥개 등 종류도 참으로 많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내일은 일을 할 수 없다 한다. 이유는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다리가 안 좋아 가축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단다. 얼마전에는 신장에 염증이 있어 항생제를 먹였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다리 수술이란다. 강아지를 자기 애기라고 부른다. 강아지 키우는 비용이 식료비를 비롯해서 애기 한 명 키우는 정도다. 병원비를 한꺼번에 낼 수 없어 달달이 월부로 내고 있노라 한다. 생활도 넉넉지 못하면서 왜 그토록 애완견을 보살펴야 되는 걸까 생각하다가 나는 문득 복슬이 생각을 했다. 복슬이가 내 곁에 있다면 키우는 정때문에 나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과 애완견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참 많다. 함께 지내는 개는 멀리 떠나 소식도 없는 자식보다 낫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외로운 사람들이 정을 느낄 때가 없어 정서적으로 애견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 젊은 부부가 애는 안 낳고 개만 키우는 경우도 있다. 중년 부부도 어디든지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내 자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개와 함께 자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거리를 홈리스가 자전거에 갖가지 물건들을 가득 싣고서 개와 함께 천천히 걷고 있다. 자기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애완견까지 기르는 모습이 딱하면서도 추운 날 서로 붙어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주이민 초창기 시대에는 영어를 잘 모르는 한인들이 많아 개음식에 개 그림이 그려져 있은 것이 개고기 인줄 알고 사다가 끓여 먹었다는 일화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복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어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개를 먹는 야만족이라고 야휴당했다는 경험담 이야기도 있다. 애완용이 아니라 식용류로 키우는 개라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도리질을 한다. 개는 다른 민족의 문화까지도 넘나보게 하는 동물이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은 SPCA (The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에서 모든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천국 이라는 말도 있다. 동물 보호소, 동물 보호 단체,동물 보험 등 동물도 사람이나 거의 같은 수준에서 돌보고 있다. 자연 생테계에서 보면 동물도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반려자임은 틀림없다. 동물 농장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재미 있어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동물 중에서도 개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함께 살던 개가 주인이 죽음 직전에 있을 때 살려냈다는 미담는 옛날부터 현재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인지 인간관계에서 의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개 보다도 못한 놈.”이라는 말도 한다.

  산책길에는 비닐봉지를 들고서 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개가 똥을 싸면 똥을 치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개는 자기 맘대로 돌아 다니면서 오줌도 싸고 똥도 싸 버린다. 이럴 때 주객이 전도 되었다는 말을 쓰나 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노령견도 주인 앞에서 어스렁어스렁 걸어가면 노주인은 천천히 개를 따라 걸어간다. 개 때문에 억지로라도 걷는 운동을 할 수 있어 주인은 항상 개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애견을 트래닝 시키는 모습도 눈이 띈다. 주인이 말하는대로 한다. 나도 따라서 해 보지만 내 말은 듣지 않는다. 복슬이는 내 말을 참 잘 들었는데-.

  이 세상엔 밥도 못먹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동물에게 그렇게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누군가 애견에게 주겠다고 고깃덩어리를 봉지에 담는 손 위로 폐지를 줍는 노인의 주름지고 거친 손이 오버랩 된다. 그리고 나에게 그리움만 남기고 떠난 얄미운 복슬이가 생각난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스스로 결정해야 하겠지만 나는 모르겠다. 오늘은 종일토록 그리움만 남기고 내 곁을 떠난 얄미운 복슬이 생각 뿐이다


박은경

2021.05.10 10:17:36
*.90.141.135

미국 사람들도 급하면 뭐든지 다 먹습니다

인디언 문화를 보면 개를 키우다가 먹을게 귀하면 다 잡아 먹었거든요

굳이 남의 문화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건 좋지 못한 습관이지요 ㅎ

전 애완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요즘엔 애완동물이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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