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조회 수 240 추천 수 0 2021.05.20 08:26:07

< 마가렛 >

 

Pauls Valley에서 미국인 교회 담임하고 있을 때 

혼자되신 마가렛이라는 할머니가 계셨소

간호원을 하셨던 아주 인자한 할머니

내가 미국 사람에게 마음을 푹 터놓고 지낸 건

그분이 처음이었소

 

6.25 때, 학용품이며 옷가지들 모으고

밤 새 세탁하고 꿰매서 한국 보내던 얘기에

난 눈시울을 붉히곤 했구먼…

그래서 내가 이제 여기 빚 갚으러 왔노라고…

 

오래된 빛바랜 교인 명부를 보이며

그 시절 동료들 이제 몇 안 남으셨다고...

미처 한국 보내지 못했다는 상자들

옷장 깊숙이서 꺼내니

내겐 아주 낯익은 물품들

콧잔등이 찡하네…

 

미국 사람들 그 큰 옷들을

울 엄마들은 여러 번 접어 이불 밑에 눌렀다가

이른 아침 설빔처럼 꺼내 줬다고

해마다 바지단을 한 단씩 내려 입어도

졸업할 때까지 그 옷은 여전히 길었다며

우린 깔깔대고 눈물이 나도록 웃었소

 

그동안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는데도

그 할머니가 자꾸만 보고싶어지네…

마가렛…

 

누군가 내게 무슨 고마움을 표할 때면

난 늘 그 할머니 모습이 떠오르고,

나도 누군가에게서 배웠노라고,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DSC02843.JPG

 

*** 이제 돌아가신지 꽤 오래 되셨을 텐데, 할머니 많이 보고싶습니다~~~

 


박은경

2021.05.22 12:01:56
*.90.141.135

할머니 모습이 정말 인자하세요

목사님이시군요 이제사 알아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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