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배우네, 난…>
스무 몇 해 전에 밴쿠버 살 제
지금 내 또래 살짝 넘은 치과의를 만났소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자기는 사실 은퇴를 했는데
예상 밖에 너무 무료하고
생각보다 돈도 많이 필요하더라나?
치과 의사하고는 원래 친하지 못하고
주머니도 늘 여유롭지 못해서
몇 해를 미루다가 외려 일을 키웠지
결국 크라운인가 뭔가를 해야 된다누만
보통 팔 구 년 괜찮고
열 대여섯 해를 넘기면 아주 잘 된 것이라나?
자기가 최선을 다 할 것이고
난 본전을 뽑고도 남을 것이라며 농담을 하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소식이 와요, 상추쌈을 씹어도 불편하네
영 기분이 말이 아니야
그 노인분 얼굴이 떠오르고
생각해 보니 어느 새 스무 몇 해
그럼, 정말 본전을 여러 번 뽑았네…
아마 지금은 아주 노인이 되셨거나
생전에 안 계시거나...
그러고 보니,
한 번도 감사하다고 인사도 못 드렸네, 그 후로는...
난 이렇게 사람 노릇 못하며 살아요,
이제사 깨닫기는...
튼튼한 치아로
뭐든 맛있게 씹는 재미가
지극히 당연한 것인 줄 알았더랬는데,
그게 복이었더라구
계속 배우네, 난, 천상 늦깍기…
늦게라도 깨달으니 다행이지요
영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허다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