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자루 >
지리산 산자락
거기가 내 고향인데...
눈 덮인 장엄한 그 모습
그 산은 언제나 거기 우뚝 서있고
깊은 산에서 내려온 맑디맑은 냇물
강물 되어 시원스레 흐르고
수박냄새 나는 향어가 세차게 그 물살을 거스르고...
꿈에도 정겨운 내 고향…
그런데, 지리산이 멋있다고 대단한 산이라고
감탄을 마지않는 사람들을 보면
난 그저 엉거주춤 서있는 보리자루
얼른 말꼬리를 돌리든지...
난 여직 거길 한번도 올라가 보질 못했으니...
한 서른 해쯤 전에는
안데스산 턱밑에서 살았소, 좀 떨어지긴 했지만
그러나 내게 안데스산을 묻지 마시게
어떻게 어떻게 살다 보니
또 거길 올라보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소
급한 일 중요한 일 물론 많았지만, 그게 그리 필요했었는지…
난 이제서야 유난스레 우스꽝스런 계획을
지리산하고 안데스 산자락을 오르고 싶다고
멀리 지구 반대편 미국 땅에서...
왜 진작에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 산자락 아래 살 적에
그 산들을 즐겨 볼 생각을 그렇게도 못했을까!...
한 십여년 쯤 지나서
또 그런 후회를 하고 있을런지,
왜 그 때 맘껏 사랑하고 마냥 흥겨워하고
그냥 넉넉히 너그럽지 못했나 하고서…
그러니까요,,,저승에 가면 모두들 껄껄껄 하고 있답니다
좀 더 사랑할껄, 여기저기 다 가볼껄,,예전에 그걸 해 둘껄 하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