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엔

조회 수 138 추천 수 0 2021.07.18 08:38:46

엘에이 폭동.jpg

 

                               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엔 

 

                                                                                                          정순옥

 

 

1992429. 엘에이/Los Angeles 폭동날 밤하늘엔 온통 건물이 불타는 매운 연기와 무서운 총소리로 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가 지옥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한인타운의 수많은 사람들은 송두리째 없어져 버린 삶의 터전에서 이민자의 꿈을 잃고 절망감에 통곡하며 울었던 날이다. 그러나 나는 미주이민자의 꿈을 본다. 미주한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엔 수많은 미주한인의 차세대 별들이 숨겨져 있었음을 나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주이민자로 행복한 삶을 꿈꾸며 성실과 근면으로 열심히 살았던 죄밖에 없는 미주한인들의 억울한 피눈물을, 그 별들은 때가 되면 진실을 빛으로 발산해 낼 것이다. 엘에이 폭동은 한흑 불화가 아니라 미국의 고질병인 흑백 갈등의 분출구로 미주한인들이 희생양 되었음을.

 

미국 주류 언론사들은 한인 상인들과 흑인 고객들 간의 불화가 폭동의 주된 일이라고 연일 보도했다. 연약한 한인 사회는 폭동이 시작되자 경찰에게 연락했지만, 늦장 진압으로 보호받아야 할 공권력에 무시를 당하면서도 오른 소리를 낼 힘이 없어 당하기만 했다. 미국 정부는 인종 갈등이 심한 흑인들의 분노가 너무 커서 흑인 밀집지역과 가까운 한인타운이 희생되는 걸 방치했다는 사실을 충격받은 한인들은 알고 있다. 그 당시 폭동현장을 생중계로 했는데 약탈자는 대부분 흑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미디어들은 흑한 갈등을 더 부추기면서 인종차별 문제를 교묘하게 열약한 미주한인들에게 전가 시켰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미디어들을 통해서만 이 사건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미주한인들의 흑인 인종차별로 폭동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비디오 장면으로 보았던 로드니 킹 사건에서 흑인 운전사를 무자비하게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평결을 받자 미국의 고질병인 인종차별 문제가 터진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에 숨겨져 있던 별들이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정치인으로 언론인으로 인권 변호사 등으로 많이 나와 진상을 밝혀야 한다. 나는 차세대 한인사회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해 갈 꿈을 꾸고 있다. 엘에이 폭동 밤하늘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차세대 별들이 새로운 비전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5년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샐러드볼로 변모했다. 각기 다른 나라의 특성을 살리면서 서로 어우러져 아름답고 강한 힘을 가진 미합중국/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주이민을 시작하면서 감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가장 깊게 연대하는 것은 흑인이다. 수많은 한인들이 흑인들과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나는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 미주이민 초기에는 많은 한인들이 주로 흑인을 상대로 가발업체나 의류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인과 흑인들은 좋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지 갈등의 사이가 아님을 현지에 사는 한인들은 안다. 엘에이 폭동 때도 어떤 흑인들은 한국인 가게를 지켜 약탈을 막아내기도 했다. 한인타운 부근에서 사는 나는 단연코 말할 수 있다. 엘에이 폭동은 한흑 갈등이 아니라 미국의 고질병인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흑백 인종차별의 분출구였노라고. 또한, 미국 언론들은 비열하게 한국계 미국인을 이용해 힘이 약한 미주한인들에게 책임을 전가 시켰노라고. 

 

다인종 속에서 소리 없이 열심히 살기만 했지 정치적으로나 언론적으로 힘이 없으니 폭력을 당하면서도 막아내지 못했다. 엘에이 폭동이 있기 전엔 두순자 사건이 있었다. 상점을 운영하던 한국인이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가 오렌지 주스를 훔쳐가는 것으로 오인해 몸싸움 끝에 사용법도 모르는 총으로 뜻하지 않게 사살한 사건이다. 법원은 4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 명령과 집행유예 판결을 5년 선고받았고 벌금 500달러와 라타샤의 장례식에 관련된 모든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미국 미디어들은 로드니 킹 사건에서 흑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한국계 미국인을 희생시켜 고작 오렌지 주스 때문에 살인했다고 집중보도 하면서 미국의 고질병인 인종차별 문제를 미주한인들에게 비열하게 전가시켰다. 미주한인들은 모든 면으로 열약하여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매정한 미주한인으로 비하한 굴욕을 당한 셈이다. 이 일로 다인종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교훈을 얻었으니 미주한인들을 한민족의 얼을 품고 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힘을 키워나가야 하리라.

 

설렘과 새로운 결심으로 시작한 미주이민 생활이 엘에이 폭동 탓에 꿈이 깨지고 삶의 절망감으로 우울감에 빠진 한인들. 그래도 인정 많은 이웃들과 여러 단체들과 기관이 아픔을 위로하며 사랑과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 새로운 각오로 오뚜기처럼 다시 힘있게 일어설 수 있었다. 미주이민자들은 엘에이 폭동을 겪으면서 조금이나마 다인종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터득했으니, 미주한인이란 공동체는 서로 사랑하며 이 터전을 꿈을 이루는 천사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하리라. 지금은 과거의 일이 되었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 가고 있지만, 역사에 남아 있는 한흑과의 불화가 주된 원인이었다는 엘에이 폭동을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 미국의 고질병인 흑백인종 차별에 연약한 미주한인들이 희생당한 폭동이었다는 진실 말이다.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갖고 인내로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서 살기 위해 몸부림 쳤던 미주한인 1세들. 아픔의 상흔를 지울 수는 없지만, 은근과 끈기로 이민자의 꿈이 되살아난 한인타운을 이룬 미주한인 1세들의 노력은 후세대들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별들은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 밤하늘을 찬란하게 빛낼 것이다


이금자

2021.07.18 13:22:44
*.147.165.102

저도 한국에서 봤어요.  무섭더라구요.  지금은 현지인들이 흑인도 고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더라구요.   옛날에는 그져 신기하기만 한 그곳이었는데,

나중에 또 가보니 그곳은 상막하고,  살기 힘들 것 같더라구요.

여긴 숲도 많고  동물도 많고,

정선생님 잘 읽고 나갑니다.

행복하세요.

박은경

2021.07.18 17:11:51
*.90.141.135

그럼요 그 어려움이 있기에 더욱 든든하게 자라난 이세들이지요

다시는 그런 아픔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미국 사회가 불안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ㅠㅠ

귀한 작품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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