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 가을, 또 하나의 그리움
은파 오애숙
당신은 모르실 거야
가을이 깊어 가면 갈수록
그리움 망울망울 꽃 피어
가슴 시리게 하는 걸
평화론 들판의 산양도
서로 오손도손 사이좋게
푸른 초원에서 노닐었던 때
그리워 노래한다는 걸
당신은 모르실 거야
태양도 설자리 잃게 되어
한낮에 불꽃 틔우던 일들
먼 얘기되었다는 걸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제 뜻 아닌 한여름 물안개
계절의 이치 속에 늦가을에
서리꽃을 피운다는 걸
가을이 더 깊어 갈수록
등 떠밀려 세월 잡을 수 없어
풋풋한 때가 아련히 떠올라
그리움 피어나게 하는 걸
동화 나라 꿈꾸던 소녀
갈 녘 검불로 머리 둘 곳 없어
멍울 하나 가슴에 안은 채
고개 떨구고 있다는 걸
하늬바람 소슬바람에
깜짝 놀라 줄행랑치는 가을
갈대꽃이 은빛 날개 펼치면서
늦가을 아름답게 노래할 때
당신은 모르실 거야
가을이 더 깊어가면 갈수록
한 때의 오색 찬란함 그리워
눈시울 붉혀지고 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