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들
이상보 교수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문학박사)
김혜자님은 미국 벤쿠버, 워싱턴주에 살면서 그곳 한인문학회와 한국의 조선수필문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이번에 첫 수필집을 내게 되었으니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강병남 회장을 통해서 나더러 평설을 쓰라고 하시니 좋은 인연이라 여기며 정성껏 작품을 읽어보았다.
<외로워도 참아야지>는 늙으신 엄마를 소재로 삼아 쓴 글이 정겹다. 따로 떨어져 살면서 모처럼 엄마를 찾아와서 느끼는 애틋한 심정을 유창한 글솜씨로 아름답게 표현한 글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엄마를 그리워하게 하는 서정적인 걸작이다.
<검은 황금의 나라>에서는 글쓴이가 쿠웨이트에서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수긍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적어낸 글이다. 특히 끝마무리에서 “검은색 금으로 덮인 중동에 잠시 살면서 내가 선택된 사람임을 더욱더 실감했다. 삶을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장이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날로 깊어간다. 나는 금보다 자유와 인격을 더 신봉하기 때문이다.”라고 서술함으로써 그 글의 주제을 선명히 한 것도 글쓴이가 뛰어난 문장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는 증좌이다.
<추억을 파는 마음>은 남편과 브랜슨으로 여행을 가서 쇼와 음악을 감상한 이야기를 쓴 기행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찰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 고장처럼 음악으로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한 것은 역시 지은이의 준법정신을 강조한 걸작이다.
<피보다 짙은 사랑>은 친구의 남편이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그들 부부의 깊은 사랑을 보고 쓴 글이다. 그 광경을 보며 자신과 남편이 행복하게 사랑을 피보다 짙게 익어가고자 소망하는 삶의 철학이 아름답다.
<그 남자>는 어렸을 때 만난 남자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순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필자의 순수한 서정성을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하고 있어 독자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는 걸작이다.
<떠나는 연습>에서는 여러 가지 세일을 소개하고, 고인들의 유품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고 있다. 끝에 “이 세상 태어날 때의 자유로움처럼, 떠날 때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정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나의 말에 남편도 긍정의 눈빛으로 미소를 흘렸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로 결론을 내린 기-승-전-결이 분명한 문장력이 돋보인다.
<짧지만 긴 여운>에서는 잉카인들이 남겨놓은 마추픽추를 여행하고 쓴 기록이다. 특히 잉카제국에 애정과 슬픔을 느끼고, 정복자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비참한 죽음을 서술한 것은 여행기로서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무지개 다리>는 20년이나 워싱턴주에서 살며 하와이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의 애틋한 심정을 그려놓았다. 90이 넘은 어머니의 건강을 빌며 지난날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
<빈 하늘에 던지는 노래>에서는 12년 전에 죽은 동생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써놓았다. 읽는 이들도 남매간의 애틋한 사랑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문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씨를 뿌린 사람들>에서는 보스턴으로 여행을 가서 영국의 청교도들이 첫 이민을 온 것과 한국인들이 하와이에 이민을 온 역사를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는 몇 해 전 요르단으로 여행 가서 모세를 떠올렸던 일까지 회상하며 쓴 여행기가 걸작이다.
<이별은 사랑의 시작>은 남편이 어렸을 때부터 어렵게 살아온 이야기와 그의 어머니와의 추억담을 통해 모자간의 사랑이 돈독했음을 적고 있다. 끝에 “보석보다 더 빛나는 아들의 어머니 사랑, 찬란한 무지갯빛으로 떠오른 고귀한 사랑, 영혼과 영혼이 빚은 진실한 사랑,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그 사랑의 불꽃은 꺼지지 않으리라. 이별은 곧 사랑의 시작이 될테니가..”로 마무리한 솜씨가 놀랍다.
<인연생기>에서는 하와이 사시는 어머니와 버지니아에 사는 동생 내외를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리조트에서 만나 함께 보낸 이야기를 쓴 글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에 읽는 이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교훈을 준다.
<친구라는 말>에서는 한국과 미국인들의 호칭에서 오는 이질감을 말하고 있다. 끝으로 “편견이 없는 사회에서 주름이 생기지 않는 마음. 희망을 잃지 않는 친절한 마음과 늘 명랑하고 경건한 몸가짐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복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한 것은 역시 글쓴이의 마음자리가 높은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하나님의 전화번호>는 참으로 진실한 지은이의 깊은 믿음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전화를 거는 것으로 미화한 수법이 놀랍다.
<기다림 속에서>는 휴전선 앞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통일을 희망하는 심정을 애처롭고도 아름답게 묘사한 걸작이다. 필자가 다른 나라 미국에서 살며 찾아온 고국이기에 더욱 고향이 그리워 휴전선을 찾은 듯하니 우리의 마음을 고동치게 한다.
<다 지나간다> 에서는 러시아의 상트페레르부르크에 여행을 가서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를 떠올린다. 그의 동상 앞에서 지은이는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아픔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시인에게 감사하고 있다. 여행기로는 특이하게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다.
<인연을 추억하며> 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날에 가장 친한 동료들의 카드를 받고, 감회에 젖은 심정을 쓴 글이다. 이제는 모두 황혼기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이들을 회상하며 쓴 글이 걸작이다.
<나의 소중한 친구>는 구두에 대한 이야기들을 동서고금의 역사속에서 찾아내어 쓴 글이다. 끝에가서 “심복처럼 헌신과 충성으로 나와 함께한 소중한 친구”라고 토로한 것은 아주 아름다운 발상이다.
<이름 없는 영웅들>은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가서 세계 2차대전 때에 히틀러가 세계의 문화유산을 숨겨둔 것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와 유엔군들이 활약하는 광경을 보고, 한국전쟁 때 덕수궁을 지켜준 미국 장교 제임스 하밀튼 딜의 공적을 밝힌 내용은 읽는 이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
<다름과 틀림>은 간결체 문장으로 주제를 잘 살린 글이다. 글쓴이의 인생관과 사회관을 조리 있게 설명해 좋은 것이 놀랍다고나 할까?
이처럼 김혜자님의 교양과 인격이 고스란히 작품들에 표현된 것처럼 수필은 바로 작가의 인품을 드러내는 문학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작품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첫 수필집 <인생은 예술품>을 펴내어 따님에게 문학의 향기를 선물했으니 따님도 이 수필집으로써 어
머니께 보답하는 효심을 나타낸 것이라 여겨져서 더욱 축하의 박수를 치고 싶다.
약력:
오레곤문인회 회장
조선문학. 문학시대 수필등단
한국문인협회 본부. 미주지회 이사
국제펜문학 한국본부 회원
재미수필가협회 회원
저서: 그림엽서 속으로. 빈하늘에 던지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