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도시 부산, 감성여행

조회 수 8860 추천 수 5 2015.07.09 07:16:09

부산에는 판자촌이 많다. 개항 후 일제의 항만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과 6·25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피란민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산 아래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삶의 애환이 서린 집들이다. 이런 판자촌이 골목마다 그림과 이야기를 담아 명소로 부각됐고 부산의 한 풍경이 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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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흰여울길에서 바라본 ‘흰여울 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가 바닷가 절벽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와 멀리 바다에 떠 있는 배들도 흰여울길에 풍경을 더해준다.


 

‘부산의 산토리니’ 흰여울 문화마을

 

부산의 영도에서 선뜻 떠올리는 것은 영도대교와 태종대일 것이다. 그동안 영도를 방문하면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의 동쪽 도로를 이용해 태종대를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영선동·남항동 방면으로 영도의 서쪽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부산 영도구 절영로 2번지 이송도삼거리에서 가까운 ‘흰여울 문화마을’을 찾는 이들이다.

절영로? 이곳에 왜 이런 도로명이 붙었을까. 영도의 옛 이름이 끊어질 절(絶), 그림자 영(影)을 쓰는 절영도다. ‘절’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영도만 남았다. 신라 때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는 말 방목장이 있었다. 많은 명마 가운데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도 있었다고 한다. 어찌나 빠른지 그림자조차 따라오지 못하고 말과 끊어졌단다.

 

이송도삼거리 인근 절영로 옆의 폭 1m 남짓한 샛길에서부터 흰여울길은 시작된다. 하늘색 바탕에 하얀구름이 그려진 벽화가 맞이하는 샛길로 30m가량 내려가면 흰여울 문화마을이 나온다. 그 앞 절벽 아래로 부산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영해안산책로, 해녀촌 탈의실, 맏머리 계단, 흰여울길, 변호인 촬영지, 이송도 전망대, 흰여울 문화마을 예술공방을 모두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 넉넉잡아 2시간 정도 걸린다. 영도구 해안산책길에 있는 흰여울 문화마을 운영지원센터에서 시작하면 된다. 반도보라아파트에서 절영해안산책로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배 모양의 건물이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바닷가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집들로 이뤄져 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킨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골목길들과 미니어처 같은 작은 집이 틈새를 거의 두지 않고 붙어 있다. 샛길로 들어서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로가 이어진다. 골목길마다 삶의 향기가 묻어난다. 사람도, 빨래줄에 걸린 색색의 홑이불도, 바다의 뱃고동 소리도 모두 흰여울길에 풍경을 더해준다.

어른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 1㎞가량의 담장이 집들이 더 이상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게 선을 그었다. 오래된 전봇대에서 나온 전깃줄은 마을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길의 중간쯤에 이르면 벽화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온다. 강렬한 색감의 꽃밭과 뛰노는 아이들이 그려진 벽화는 느릿한 마을에 생기를 더한다. 벽화집 중엔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국밥집 아주머니를 기다리는 곳도 있다. 흰여울길의 끝자락에 이르면 백련사 버스정류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과 절영해안산책로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조금 더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해안산책로로 내려가면 된다.

산책로는 바다와 딱 붙어 달린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상쾌하다. 간간이 해녀들도 보인다. 푸른 바다 위에 수십 척의 커다란 선박이 정박해 있는 풍경이나 해안 기암들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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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마추픽추’ 감천동 문화마을

 

감천(甘川)동은 허름한 달동네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판잣집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시멘트 집으로 바뀌었지만 올망졸망한 건물이 산자락을 빼곡하게 뒤덮은 동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누추했던 달동네가 2009년부터 달라진 풍경을 연출했다. 담벼락에 예쁜 그림이 그려지고, 골목엔 미술 작품이 들어서면서 예술의 향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예술가들은 공방을 차리고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부산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람이 있는 마을로 부각되며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부산의 대표 명소가 됐다.

마을 높은 곳에 자리잡은 종합안내소 ‘하늘마루’의 전망대에 서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집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싱그러운 푸른 빛깔에 노랑과 연한 빨강의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다정하다. ‘한국의 마추픽추’ ‘레고 마을’ 등 갖가지 표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석구석 둘러보려면 하늘마루에서 2000원 짜리 지도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1만3000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과 골목이 비탈을 따라 얼기설기 미로처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따라 숨겨진 장소들을 찾아 분주하게 걸음을 걷다 보면 곳곳이 벽화와 사진, 조형물 등 문화로 덧입혀졌다. 마을 벽에 예쁜 물고기가 춤을 추고, 마을의 생활상이 사진에 담겨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대중목욕탕은 새로운 문화공간 ‘감내어울터’가 됐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벽화와 조각 작품을 구경하며 발길을 옮기다 보면 예술 공방과 미술관, 커피향이 고소한 앙증맞은 카페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민다. 커피 잔 모양의 독특한 집과 등대 전망대도 풍경의 한 요소가 된다.

높은 언덕에 위치한 덕분에 곳곳이 전망대다.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많다. 최고의 포토존은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다. 어린왕자가 그의 친구 사막여우와 나란히 마을을 내려다보고 앉아 있는 곳이 감천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최고의 명소다. 감천항을 조망하고 있는 ‘바다’ 포토존, 감천2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대’ 포토존 등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테마 예술 공간인 사진 갤러리, 어둠의 집, 하늘마루, 북카페, 평화의 집 등을 방문할 때 지도 뒷면에 스탬프를 찍으면 감천동의 풍경이 담긴 엽서도 받을 수 있다. 엽서를 작성하면 무료로 배달도 해준다. 예약하면 도자기 빚기와 천연 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이곳은 여유있게 발걸음을 하는 것이 좋다. 오후 6시가 되면 원래의 삶의 장소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급하게 서두를 것까지는 없다. 넉넉한 걸음으로 두 시간 정도이면 감천동 문화마을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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