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간
정순옥
한순간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오늘도 나는 산책길 위에서 생사(生死)의 갈림길을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경험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를 잘 알면서도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도 생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어떤 삶을 살든지 이 세상의 삶은 영원하지 않고 한 세월인데, 가능하면 아름답게 살고 이 세상을 미련없이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야산 산책길에서, 우~지~직!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 하나가 잘리는 모습을 보았다. 수명을 다했는지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커다란 나무에서 한 가지가 땅으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소리와 그 모습을 보았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나뭇가지가 완전히 땅에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달랑달랑 붙어서 흔들리는 모습은, 어쩌면 죽음을 맞이해야 할 시기에 있는 사람이 생에 대한 미련 때문에 바동거리는 모습과 같이 느껴졌다. 덜 떨어진 나뭇가지를 뒤로하고 오솔길을 걸으니 언덕배기 위에 잘린 두 그루의 고목이 눈에 띄었다. 한 그루에서 초록 새싹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살아 있음은 역시 희망을 품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상적으로 걷는 산책길로 접어들어 걷고 있는데, 앞에서 오던 매트가 나를 보더니 재빠른 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선다. 가쁜 숨소리를 내면서 남편 이야기를 한다. 심장이 좋지 않아 응급실에 몇 번이나 다녀왔고, 머지않아 심장수술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삐 말한다. 남편 심장 수술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는 의사가 이틀 전 방에서 죽음을 맞이해 몸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의사를 예약하라는 연락이 사무실에서 와서 알았다 한다. 자기 남편은 칠십 대인데, 그 의사는 육십 대라는 것이다.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살아 있고 치료자는 이미 저세상으로 가고 없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눈앞에 우리 집이 보이는 가로수를 따라서 걷고 있는데, 무엇이 내 머리를 톡 하고 쏜다. 아찔한 순간 반사적으로 내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서 세차게 털어냈는데, 주황색과 밤색이 섞인 벌이었다. 몸이 오싹해지며 어찌나 따끔거리고 아프든지, 나는 손으로 벌이 쏜 자리를 만지며 잠시 자리에서 멈춰 서기도 했다. 퍼덕거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응급치료를 하기 위해 황급히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땅에 떨어진 벌은 살아날 가망은 없어 보였다. 달콤한 꿀을 만들어 인간에게 유익한 먹거리를 제공하던 꿀벌이 무슨 이유로 나를 쏘아 아프게 했는지, 그 일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꿀벌. 어떤 이유로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지막 생애를 맞이한 꿀벌이 참 애석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연을 아름답게 하던 나뭇가지, 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던 의사, 다디단 꿀을 만들어 인간에게 좋은 일을 하더니 마지막 순간에 남을 해친 벌, 모두다 한순간에 한 생명이 유(有)에서 무(無)로 변해버렸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을 가지면 영원한 부활생명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삶과 죽음의 사이는 한순간이요, 사후의 세계는 오직 믿음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갈 수 있음이 분명하다. 영원히 평화롭게 사는 천당에 갈 수 있는지, 아니면 영원히 고통 속에서 사는 지옥으로 갈 것인지는 오직 믿음으로만 알 수 있다. 믿음 아니면 이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사후의 세계다.
한순간에 결정되는 삶과 죽음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은 사후 세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 방법이 믿음을 가지고 사는 방법으로 알기에 끊임없이 구주의 은혜를 간구하며 살고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떠한 철학자나 인류학자, 그리고 종교 지도자도 해결할 수 없는 영원한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분은 오직 성육신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님 한 분뿐이라 믿는다. 나는 영생 복락을 누리며 영원히 살 수 있는 사후 세계에 가기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이요, 생명이 되신 우리 주 예수님을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간 미래의 세계는 오직 믿음의 분량대로만 행복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가능하면 좋은 일 많이 하고, 절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렇지만 사노라면 본의 아니게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늘 진리의 성경 말씀을 상고하며 기도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오늘 아침 짧은 산책길에서 인생살이의 단면을 본 듯하다. 한순간에 짧은 이 세상에서 영원한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될 때,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날마다 매 순간 생명의 말씀대로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왜 이리도 죄를 많이 짓고 사는지….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구원해 주시는 구세주의 은혜를 간구할 뿐이다. 허락해 주신 이 땅 위에서 사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길은 오직 복음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느낀다.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내 길을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을 믿으니, 한순간에 달라질 나의 운명에 위안이 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세상과 한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저 세상은 연결되어 있지 않나 싶다. 삶과 죽음의 교차점인 한순간을 다시 생각해 본다. 생(生)과 사(死)의 사이는 한순간인데, 나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생(生)에만 집착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