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정순옥 수필가)

조회 수 481 추천 수 1 2026.01.09 19: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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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

                                                                                        정순옥

 

  침묵은 금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남긴 격언이다. 영국의 토머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고 했고, 피타고라스는 말은 은이지만, 침묵은 금이다.”라고 했다. 침묵은 깊은 사색과 내적 평온을 주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 본 동양 철학자, 장자도 있다. 말을 아끼고 경청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침묵은 금이다라 할 것이다.

  말로 대화를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살이 속에서 조용한 침묵은 시끄러운 말보다도 더 중요할 때가 잦다. 말은 많이 하면 실수하기 쉽고 하찮은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을 망가뜨릴 수가 있다. 쓸데없는 소리를 퍼뜨려 주위를 소란스럽게 하면 삶의 결이 요란스럽게 엉클어져 거친 삶의 현장이 될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침묵함으로 막을 수도 있다. 침묵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쓸데없는 말은 무엇이겠는가. 인생살이에 이롭지 않은 말일 것이다. 한 사람이 한 말을 수많은 사람이 듣기에, 좋은 말은 얼마든지 퍼져 나가도 좋지만 쓸데없는 말은 침묵이 좋을 때가 잦다.

  말은 다른 사람에게 옮길 때마다 원래의 뜻과 다르게 전달되고, 때로는 전달하는 사람의 생각마저 포함되어 무서운 바이러스와 같이 사람을 해치게 될 때도 있다. 침묵은 소리가 없음을 넘어 조용한 참을성이다. 어느 시기에 맞이할 기쁨을 기다리는 삶의 한 아름다운 무늬다. 무슨 일이 있을 때 구태여 해명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 인내해야 하는 침묵은 아름다운 색채를 띤 한 삶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침묵은 감정 기복 가운데서도 고상한 태도로 자신과 남을 해치지 않는 생활 방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안 한다고 해서 토론 장소에서 자기 의사 표시를 안 하는 것을 침묵이라 하지는 않는다.

  입으로 많은 생각을 토해버린 날은 왠지 마음이 허허롭고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내면세계까지 무언가에 정복당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간직하고 있어야 할 보배로운 것까지 빼앗긴 마음에 우울해지기까지 하다. 침묵은 복잡한 인생살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침묵하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성찰의 기회가 생기면서 어떤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축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침묵은 겨울철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목을 연상시킨다. 사나운 눈보라가 휘날리는 추운 겨울날에도 잎을 다 떨어내 버린 채 묵묵히 서 있는 나목. 죽은 듯 보이나 그 속살은 더욱더 단단해지고 겉이 까칠하게 굳은 각질은 더욱더 방어력을 키워가고 있는 겨울나무. 많은 말들을 품고 있느라 나뭇잎 하나도 걸칠 수 없는 겨울나무는 언뜻 보기엔 너무나도 초라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새로운 계획으로 찬란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한다.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시절이 오면 나무는 잎을 틔워 푸르른 우듬지를 세우듯이, 침묵 후엔 아름다운 새로운 삶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침묵은 누군가 무시하고 싶은 커다란 욕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침묵은 위험한 상태에 있는 불같은 울화나 분노의 표출을 막아주는 생활의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말로 변명하려 애쓰지 않고 침묵으로 상대방을 반성케 하는 대화 방법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다. 침묵은 생각이 없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여 할 필요가 없음을 느낄 때 사용하는 지혜로운 삶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 침묵은 외로운 인내가 필요하다.

  침묵은 경청하는 삶의 기술이고 능력이 되겠다. 인생살이 하면서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수많은 사람의 말 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면 침묵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이 떠들어 댈 때, 입을 닫고 가만히 경청하는 사람은 휴식을 취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안에서는 더욱더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 사람의 허튼소리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릴 때가 있다. 말은 이상하게도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흥미롭게 하는 마약성이 있어서 남의 불완전함을 들을 때 흥미를 느끼며 또한 남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침묵은 자신을 보호하고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진정한 사랑의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조용한 침묵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은 정말 고귀한 사랑 일지도 모른다.

  침묵이 오래가면 희망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염려도 있으나 결코 소극적인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침묵함으로써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에 귀한 삶의 무늬가 형성될 것이다. 때로는 받은 상처가 너무 크고 억울해도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진실을 변명하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욱더 일이 얽힐 염려가 있기에 그렇다.

  성경에는 힘들어도 혀를 제어하여 침묵을 지키면 하나님이 대신 말씀하신다고 하신다.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은혜를 간구하며 침묵을 지키며 자유를 누리는 삶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더욱더 느껴가는 요즈음이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침묵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크다. 공동체생활을 하는 나에겐 말보다도 침묵이 더 중요 할 때가 있음을 깊이 느낀다. 침묵은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 인생살이의 고상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침묵의 가치를 삶의 중요한 태도로 보고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 새롭게 다짐 된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되뇌어 보는 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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