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그리움에 피는 꽃
은파 오 애 숙
한 세월 흘러, 흘러
검은머리 파뿌리 되기 전
반백이 다 되어 가는
머리 모양새에
골패인 주름진 이마가
정겨운 나이가 되어 간다
휘영청 달빛에 어리는 얼굴
오롯이 녹아 맘속에 스민다
슬픈 이야기 만나기 전
꼭 봐야 할 얼굴이다
누구나 뼈를 한 번은 땅에 묻기에
가슴 절이기 전 만나야 할 얼굴이다
아파트 앞 양로병원에서
요란한 소리가 밤하늘에 정적을 울린다
황급히 구급차 911의 부름으로
누군가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밤이다
혹여, 이억 만 리 땅에서 부르는
그 소리는 아닐는지
하늘로부터 내려온
창세로 이어지는 심층 깊은 밤
어둑새벽을 뚫고
밤하늘에 하얀 안개비가 내리는 데도
그리움에 모닥불이 마음에 피어나며
콩닥콩닥 심장소리 그칠 줄 모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