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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낙숫물 소리에/은파 오애숙
깊어가는 가을밤 이다. 청아했던 젊은 날의 풋풋함! 그리움 일렁이는 밤이다.
창 밖에 추적추적 어두움 흔들며 가을비가 내리고 있는 까닭일까. 지천명 고지 깃발이 펄럭이고 있기에 그렇다 싶다. 그동안 50마일로 달렸던 세월이었으나 머지않아 곧장 60마일로 달리는 이순의 열차로 갈아타 바삐가겠지. 불현듯 남은 세월 계수하려다 남몰래 하얀 밤 지새워 상념의 터널로 빠져든다.
한 때는 세월이 빨리 가기를 얼마나 학수고대 했었는지. 학창시절 사춘기 때 여행다니고 싶어서 그랬었다. 그리곤 늘 바쁘게 살아 ‘몸이 열 개 였으면 좋겠다.’ 싶은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가 나의 전성기 였다. 교회학교 교사 대학 강사와 성경학교 강사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며 러사아, 대만 까지 다녔으니…
처마 끝 낙숫물 소리 오늘 따라 처량 하구나.서글픔 젖는 맘이다. 육신의 몸이 하나씩 부서져 가는 나이다. 허나 지천명고지서 하늘빛 조요히 빛나며 내래 펴는 심연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낙숫물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질 때 마다 마음 속에 공명 되고 있다. 허나 아직 꿈 식지 않고 나래 펴 오르기에 목표가 눈 앞에서 반짝이고 있다.
인생의 가을밤 깊어 가는 밤. 추적추적 심연에 가을비 내려도 도착할 내 아버지 집 있어 감사한 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