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하는 것도 병!

조회 수 7324 추천 수 1 2015.11.06 2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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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충동조절장애 왕국이다. 욱해서 타인과 충돌하고 불 지르고 습관적으로 알코올이나 게임, 도박에 빠지고 한번 화가 나면 참지를 못하는 분노중독에 이르기까지 충동조절장애 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 중학생이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부탄가스 방화를 잇달아 시도한 사건, 층간 소음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이웃을 살해한 사건,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상대 운전자를 캠핑용 손도끼로 위협한 사건 등 한순간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반사회적 범죄도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삼성 왕조’가 무너진 것도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꼽히는 도박이 원인이었다.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 선수 등 주축 투수 3명이 해외 원정도박 의혹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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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면 참지 못하고 화풀이하는 것도 병=“한 번씩 욱하면 참지를 못해요. 근데 얼마나 심한지 주변에 있는 물건이 남아나질 않아요. 보이는 대로 집어 던지고…. 아무도 못 말려요. 엄마가 맞으면서 참고 살다가 이젠 이혼하시겠다니까, 병원에서 치료라도 한번 받아보겠다고 해 모시고 왔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박사를 찾아온 50대 남성 충동조절장애 환자 K씨의 자녀가 밝힌 사유다.

K씨는 현재 ‘간헐적 폭발성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이 역시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가끔 분노를 폭발시키며 신체 및 언어폭력, 기물 파손 등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이른바 충동조절장애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 K씨와 같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 외에도 ‘병적 도박’ ‘절도광’ ‘방화광’ ‘발모광’ 등이 있다. 병적 도박은 도박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절도광은 훔치는 충동을, 방화광은 불 지르기 충동을, 발모광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 환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내적 긴장, 스트레스, 분노가 쌓여가고 어느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특정 사건을 계기로 해서 화를 파괴적으로 폭발시킨다. 그리고 순간적 쾌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과 함께 후련함을 느끼는 유형이다. 화를 폭발시킨 대가는 이득은커녕 오히려 재산상의 손해로 귀결되고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충동조절장애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절도광 환자들은 훔친 물건을 자신이 쓰거나 파는 등 이득을 챙기지 않는다. 훔치는 행위 자체로 쾌감을 얻기 때문에 정작 훔친 물건을 버리거나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방화광도 특정인이 미워 해코지를 하려고 불을 지르는 것이 아니고 불을 지르고 지켜보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낄 뿐이다. 발모광은 말할 것도 없다. 머리카락을 한 올씩 습관적으로 뽑는데, 머리카락이 뽑힐 때의 통증을 오히려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이 박사는 이밖에도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알코올 혹은 약물 중독’ ‘신경성 폭식증’ ‘경계성 인격 장애’ 등이 있을 때도 때때로 충동 조절이 안 되는 증상을 보이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울증, ADHD, 알코올중독도 공격성 부추겨=조울증은 주기적으로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병이다. 충동조절이 잘 안 되는 문제는 주로 조증 시기에 나타난다. 울증 시기에는 사람이 매우 소심해지고, 말이 없어지며 심할 경우 두문불출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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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주의산만, 집중력 저하 증상과 더불어 충동적 거짓말, 도벽, 게임 중독 등의 충동조절장애가 동반된다. 알코올 혹은 약물 중독은 술이나 약물을 우연히 섭취한 후 쾌감이나 편안함 등 긍정적 감정을 느낀 후 다시 술이나 약물을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 문제다.

일종의 성격장애라고 할 수 있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감정이 불안정하고 대인관계가 극단적이다. 자해 및 자살 충동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실제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누구든지 평소 충동조절이 잘 안 된다 싶을 때는 먼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돕는 게 좋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명상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성인 ADHD 및 인격장애, 조울증 등에 의한 충동조절장애를 완화시키는 데 명상요법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는 “만약 검사결과 정신과적으로, 육체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 쌓아두지 말고 대화를 통해 적절히 해소하면 폭발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 습관, 운동 습관을 길러 에너지를 적절히 보충 및 발산하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 혼자 있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도록 힘쓴다.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비밀스러운 충동이 있을 경우엔 믿을 만한 사람과 터놓고 상의하는 것이 좋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영 교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동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순간의 충동을 공격성 행동으로 옮기는 위험을 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변에 믿고 대화할 사람을 찾기 어렵거나 생활습관 교정이나 노력만으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는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면담을 통한 정신요법, 인지행동요법, 행동요법 등의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치료도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선 약물을 쓸 수도 있다. 충동조절용 약물로는 기분조절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 갈망제 등이 사용된다. 한의학에선 등심초, 삼백피, 대목피, 청피, 진피 등의 약재가 기혈순환을 도와 흐트러진 심기를 진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대추차도 도움이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충동 조절이 제대로 안 되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며 “이때는 누구 때문에 그렇다고 핑계를 대며 남 탓을 하거나 ‘의지가 약해서’라며 스스로를 탓할 게 아니라 바로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상책”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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