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은 멸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해양수산부가 지난 21일 기후변화와 해양 오염, 혼획 등의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을 살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주로 백령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일제 강점기였던 1940년대까지만 해도 8000마리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200~300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1980년대 2300마리, 2000년대 1000마리에서 2002년에는 340마리로 줄어들었고, 현재에 이른 것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2014년 10월 백령도 주변 해역에서 촬영한 점박이물범들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인지 오히려 저와 환경부 조사진을 구경하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갈 시기가 다가와 살이 올라있는 상태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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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과 물개를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은회색 몸통에 타원형 점무늬가 있는 것이 점박이물범이고, 물개는 온몸이 회색을 띤 검은색입니다. 점박이물범과 물개를 구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물개는 몸을 ㄴ자로 꺾어 머리를 들어올릴 수 있지만 점박이물범은 얼굴만 살짝 들어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점박이물범은 지느러미 형태의 발을 가진 기각류 중에서도 발이 퇴화해 뭍에서는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서식처는 서해와 베링해, 오호츠크해 등 북태평양 온대와 한대 해역입니다. 국내 서해안에서 확인되는 물범은 겨울철에는 중국 랴오둥만의 유빙에서 새끼를 낳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백령도와 황해도, 충청남도 연안으로 내려오곤 합니다. 백령도 주변 해역에 주로 서식하고, 충남 서산과 태안에 걸쳐있는 가로림만에서도 5~9마리 정도가 관찰되곤 합니다.

정부는 점박이물범을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해양오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기후변화가 점박이물범에게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 양쪽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번식지인 랴오둥만의 유빙이 점점 줄어들면서 안전하게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곳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유빙의 감소는 백령도에서 확인되는 점박이물범 가운데 어린 개체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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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서해의 먹이사슬이 바뀌고 있는 부분입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은 2013년 12월 말 펴낸 ‘2013년 백령도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오징어 등 어류가 북상하면서 점박이물범이 오징어-상괭이-백상아리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 끼어들게 돼 피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토종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가 먹이를 쫓아 북상해 백령도 근해까지 접근하고, 상괭이를 먹이로 삼는 백상아리도 함께 따라와 점박이물범까지 잡아먹고 있다는 얘기지요. 원래 백상아리의 북상한계선은 태안반도 정도였지만 10여년 전부터 백령도 근해에도 자주 출몰하고 있습니다. 서해의 군산~태안 사이에서 많이 보이던 상괭이도 이 지역까지 북상한 상태이고요. 한강청 연구진에 따르면 2011년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아 등에 상처가 남아있는 물범을 촬영했고, 백령도 주민들도 백상아리가 점박이물범을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식 저인망 조업으로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을 비롯해 백령도 주변 물고기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점박이물범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의 먹이자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백령도의 2010~2012년 수산물 통계를 보면 어획량은 1620t에서 746t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어민들이 버린 그물에 걸려 희생되는 경우도 있지요. 2014년 10월 백령도 주변 해역의 한 암초에서 그물에 걸려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점박이물범의 경우도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익사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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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23일 해양포유류 모니터링 중 발견된 그물에 걸린 물범. | 해양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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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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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이런 상황의 점박이물범들을 구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것이 바로 ‘황해 점박이 물범 종합관리계획’입니다. 점박이물범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하기 위한 ‘종합계획’은 국외와 국내 두 축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해수부는 우선 중국과 공동 조사·연구를 벌여 점박이 물범 개체군이 줄어드는 원인을 밝히고, 어린 개체의 치사율을 낮추기 위한 보호협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가하는 ‘동북아 물범 보호 심포지엄’을 열고, 중국과는 물범 보호협력을 위한 협약(MOU)을 맺을 방침이지요.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북한 해역의 물범 등 해양포유류 서식실태 조사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해수부는 국내의 경우 점박이물범의 서식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폐그물에 엉켜 사망하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주기적으로 연안 청소를 시행한다는 것이지요. 인공데크를 설치해 물범이 쉴 수 있는 휴식처도 늘릴 계획입니다. 현재 백령도에서 물범의 주요 휴식공간 역할을 하는 물범바위와 연봉은 공간이 협소한 편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백령도에서 배를 타고 둘러볼 때 물범바위에서 108마리, 연봉에서 73마리가 확인됐는데 이 정도의 수만 있어도 물범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수부는 혼획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과 기술개발, 구조·치료·보호·감시 기능 강화 등으로 점박이물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취할 방침입니다. 백령도 물범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들의 기구한 사연들은 아래 기사들을 보시면 됩니다. 가로림만의 물범들은 현재 한숨을 돌린 상태이지만 언제 다시 개발의 광풍이 불어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로림만 갯벌을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실현되어야만 가로림만 점박이물범들이 안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2014년 9월 가로림만에서 확인한 점박이물범들의 모습입니다. 마지막 사진에는 엔진을 끈 채 천천히 다가오는 어선을 경계하던 점박이물범들이 결국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담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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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8일 충남 서산 오지리 옥도 앞바다에서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 세 마리가 간조로 물 위에 드러난 모래톱 위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다. 왼쪽 물범 두 마리는 머리·꼬리 위치만 다르고 몸체는 중첩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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