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향 마지막 공연 지휘

조회 수 5919 추천 수 1 2015.12.30 12:03:44
   

 

                                                                                    -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피 뉴 이어!"

정명훈 예술감독은 30일 마지막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 공연 너무 잘했고, 계속 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그의 서울시향 마지막 공연인 '2015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가 열렸다.

단원들은 공연 전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서울시립교향단 단원 일동 호소문'을 나눠주면서 "서울시향에 대해 왜곡된 상황을 바로 알릴 것"이라며 "서울시향에 지지와 성원을 바란다"고 했다.

정 예술감독은 기자들을 의식해 공연 전 출연자 출입구로 입장하지 않고 다른 문으로 입장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작품 125 '합창'이 연주된 이번 공연은 지난 1월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정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석철, 베이스 박종민 등을 독창자로 내세워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환희의 송가를 노래했다.

공연시간 65분 동안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단원들은 음악에만 집중했다. 다만 단원들은 어깨에 손 모양과 비둘기를 합성해 '자유'를 상징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연주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백미는 역시 합창이 등장하는 마지막 4악장 '환희의 송가'이었다. 저음 현에서 희미하게 등장하는 환희의 주제가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로 확산돼 마침내 4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져 절정으로 치달았다.

"오, 벗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오. 대신 더욱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베이스 박종민의 노래 가사가 합창석 뒤 한글자막에 표시되자 정 예술감독의 지휘를 집중해서 바라보던 관객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오자 단원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기립박수 속에서 오케스트라 석을 돌며 서울시향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웠다. 눈물을 흘려 눈이 충혈된 단원들의 뺨과 어깨를 살짝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정 예술감독은 아랫입술을 자주 깨물며 밀려오는 감정을 끝까지 눌렀다. 그는 퇴장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을 떠나고 있다.
 

공연 후, 정 예술감독과 시향단원들은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시향단원들은 출연자 출입구로 나오면서 정 예술감독을 둘러싸 기자들의 질문을 막았다. 정 감독에게 공연 전 시향 단원들이 배포한 호소문을 읽었느냐고 묻자 "나는 그런 거 몰라요. 오늘 공연 좋았어요"라고만 했다.

정 예술감독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2006년부터 10년간 서울시향을 지휘한 그는 앞서 지난 29일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서울시향 단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이룬 업적이 그동안의 논란에 의해 무색하게 된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지난 28일 정 예술감독과 '재계약 체결안'을 심의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않고 내년 1월 중순 경으로 결정을 보류했다. 정 예술감독의 부인인 구 모 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서울시향 최흥식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재계약과 정 감독 부인의 입건은 무관한 사항이지만 완전히 별개일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예술감독의 사퇴 등 서울시향의 내홍은 2014년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대표의 막말·성추행과 인사 전횡'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의혹을 제기한 배후에 정 예술감독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태는 박 전 대표와 정 예술감독 간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됐다.

진실 공방은 고소와 수사의뢰로 이어졌다. 서울시향 직원 10여 명은 박 전 대표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고,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성희롱과 막말 등을 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한 서울시향 직원들을 찾아달라며 서울지방경찰청 에 진정서를 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폭언 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 전 대표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고, 결국 박 전 대표는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9일 대표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지난 8월 종로경찰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 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11월 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서울시향 직원들은 '고소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곽모씨(39) 등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 10여명을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정명훈 감독의 부인 구 씨를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공연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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