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테마로 스토리 델링하는 사진작가

조회 수 2240 추천 수 0 2017.10.23 11:22:07


[편완식이 만난 사람] 빵·달걀이 논하는 인생… 이거 웃긴데 슬프네∼  
 기사입력 2017-10-23 21:56 기사원문 세계일보
 
음식 테마로 ‘비주얼 스토리텔링’… 美 사진작가 테리 보더


빵, 과자, 계란, 과일, 수저, 손톱깎이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나 사물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철사를 이용해 음식과 사물에 팔다리를 붙여 인격화된 캐릭터를 만들어 사진촬영을 하는 미국 작가 테리 보더(52)는 평범한 사물에서 삶의 성찰을 보여준다. 마치 연극무대의 연출자 같다.

인생이란 곧 사물들과 함께하는 여정이다. 테리 보더의 작품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은 샌드위치 쿠키가 포옹하는 순간을 연출한 것이다.

“저는 온갖 종류의 음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요. 두 개의 과자가 포옹하는 순간을 담은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리게 해요. ‘사랑이란 인간과 인간을 결합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두 사람을 한 몸으로 만들어 최초의 몸을 되찾으려는 갈망입니다.”


미국 작가 테리 보더가 작품 ‘미술관에 간 파프리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비범한 대상을 찾아다니지 않고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든다는 에드워드 웨스턴의 사진집에서 파프리카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을 펼쳐 배경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늘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철사로 엮어내 연극무대를 꾸민다.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이자 인간의 모습이란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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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상의 사물들을 주의 깊게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삶의 지혜와 통찰력,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시대에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작가다. 자신의 경험담, 사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한 편의 상황극처럼 연출해 삶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인간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한다. 블랙유머로 감상자의 의표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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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꼬마 흰 계란이 ‘Colored Only’라고 적힌 부활절 계란 바구니 앞에서 슬퍼하는 장면을 담은 작품 ‘왕따 계란’은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풍자한다. 부활절에 교회 신도들이 여러 색의 계란으로 장식된 바구니를 선물하는 풍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종차별의 어두운 역사를 고발한다.

땅콩 한 개가 스스로 껍질을 반으로 갈라 다른 땅콩에게 알맹이를 보여주는 작품 ‘까발리기’는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지 못해 억울해하는, 또는 ‘배째라’식의 인간세태를 절묘하게 비꼬는 블랙유머의 정수를 보여준다.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이 남긴 ‘블랙유머는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것”이란 말을 떠올리게 해준다.

“제 작품은 우리가 잘 아는 일상 속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그 사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죠. 저는 제 작업을 즐깁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죠. 그리고 제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고 난 후에 그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거죠.”


너무 늦은 만남.
그의 작품 ‘꽃을 건네는 마음’은 땅콩버터가 발라진 식빵이 붉은 잼이 발라진 식빵에게 꽃을 선물하는 모습이다. 사랑고백의 선물을 받고 불그레해진 연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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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철사를 이용한 작품들을 시작했을 때는 물체들에 눈, 코, 입 등을 표현했어요. 작품을 계속하면서 얼굴을 자세히 표현하지 않을수록 캐릭터의 감정을 더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캐릭터의 포즈와 주변 배경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합니다. 너무 설명적이고 구체적이면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미래학자인 스탠 데이비스도 ‘상상력의 힘이야말로 예술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 것이겠죠.”

토스트기에 꽂혀 있는 식빵 두 개로 건배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 ‘사랑의 건배’도 재미있다.

“영어 단어 토스트는 ‘구운 빵’과 ‘건배하다’라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같은 단어이면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사례이지요. 토스트기 안에서 구워지고 있는 빵들이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고 있어요. 토스트가 스스로 ‘토스트’라고 외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꽃을 건네는 마음.
그의 작품 ‘너무 늦은 만남’은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던져주는 듯하다.

“아이 계란이 엄마에게 드릴 감사의 카드를 들고 엄마 계란을 찾아갔어요. 그렇지만 그는 너무 늦게 도착했어요. 배경에 보이듯 그의 엄마는 이미 구운 통닭이 되었거든요. 사람들은 아이 계란이 넋을 잃고 서 있는 이 작품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람들은 대개 ‘이거 정말 웃겨요’ 하거나 ‘오! 이거 슬픈데 진짜 웃겨요!’라고 말하지요.”

그의 유머러스한 작품들은 블로그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광고사진가로 활동했지만 그만뒀다.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제빵사로 일하며 작업의 끈을 이어갔다. 제빵사는 음식소재 작업은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동료작가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즐겁게 재밌게 작업하세요. 당신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들은 당신이 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 테크닉과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즐겁게 하는 어떤 것을 만들고 나면 어떤 것이든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당신의 것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비나미술관에서 12월30일까지 그의 전시가 열린다.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사물에 빗대어 보면서 먹고, 즐기고, 사랑하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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