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우디 이야기 3부

조회 수 327 추천 수 1 2020.05.16 11:11:48

미국을 출발해 열 네시간 후, 사우디-제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신고서를 작성한다.

서류에 있는 종교란에 나는 기독교라고 당당하게 나의 종교를 적었다.

그들도 외국인 개인의 종교는 인정한다.

하지만 성경이나 불경등 종교 서적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고 모임 또한 금지되어있다.

또한 모든 책자는 하나하나 들춰보고 잡지에 여성의 속옷 광고라도 있으면 바로 압수 또는 그 부분을 찢어버린다.

아이들의 만화 비데오 테이프도 일단 압수-검열을 거쳐 며칠 후에나 찾을 수 있다.

 

사우디 생활 10년 동안 나는 세 분의 목사님을 모셨다.

처음 모시던 한 목사님은 건축일을 하는 직업으로 위장해 사우디에 들어오셔서

건축 현장 콘테이너 방에서 몇 명의 현장 인부들과 예배를 드리시다가

지금의 한인 교민회관으로 장소를 옮겨 금요일(무슬람의 주일) 아침 저녁으로 천주교와 번갈아 예배를 인도하셨다.

그분은 오랜 사우디 생활의 스트레스와 종교 탄압으로 그곳에서 순교하셨고

 목사님의 시신은 몇 분의 집사님들과 함께 대구 본가로 모셨다.

사모님은 나중에 전도사님이 되셔서 경상도 어디에선가 목회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다.

그 후에 리아드(사우디 수도)에서 목회하시던 김 목사님이 오셔서 3년을 시무하시다가 안식년이 되어 귀국하셨고,

한국교단 선교본부에서 권 목사님을 보내주셔서 내가 그곳을 뜨기까지 그분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종교 모임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몰래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성경 찬송을 들고 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었고, 때문에 매 주 주보에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모두 복사해서

그걸 의존해 예배를 드려야 했다.

물론 복사한 자료들는 전부 모아서 탈 나지 않게 잘 처리 해야만 했다.

리아드에서는 종교경찰이 예배드리는 현장을 습격해 목사님과 성가대원들을 잡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성가 대원들이 가운을 입고 있어서 무슨  대단한 지위의 사람들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성가대원들은 경위서를 쓰고 풀려나고 그 목사님은 강제 출국령을 받고 귀국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 후로 그곳에서는 집회를 위장하기 위해 무슨 교육을 받는 것처럼 자료 사진들을 사방에 붙여놓기도 하고

운동복을 입고 테니스 채나 골프채를 들고 교회에 가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는 치외법권인 영사관 산하 교민회관을 빌려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했지만

그들의 넘치는 종교 열심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때때로 그들의 명절 전후로 특별 단속이 있을 때는 예배를 중지하든지

외국인 단지 내에 있는 개개인의 집을 빌려 구역 예배식으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어느 집으로 모이기로 계획을 했다가도 주변에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취소하고

한두 분이 근처에 남아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장소가 작아 복도까지 사람들이 앉고 여자들은 서서 설교를 들어야 했지만

불편하고 힘들수록 우리들의 신앙의 불은 더욱 크고 뜨거워졌다.

우리 교회는 설교 테이프로 사우디 내의 다른  지역에도 선교를 했다.

자동차로 두 시간 반 떨어진 타이프 공사 현장에 테이프를 보내고

선교팀이 정기적으로 찾아가 직접 예배를 인도하기도 했다.

먼 길을 왔다고 갈 때마다 그분들의 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슬람교의 성지 메카 앞으로 뚫린 큰길로 가면 더 빠르고 편하지만 경찰의 단속 때문에

험한 비포장 돌짝 길로 빙 돌아가곤 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큰 은혜를 받기도 했다.

 

그 땅이 바로 모세와 백성들이 40년을 방황하던 주님의 뜻을 배우던 땅이 아닌가.

또 '사막이 꽃이 피어 향내 나리라' 라는 말을 눈으로 실감할 수도 있는 멋진 경험도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막은 모래사막이지만 그곳은 물이 없어 메마른 삭막한 광야로

어쩌다 한 번씩 내리는 비는 허허벌판 너른 들녘을 잔잔한 초원으로 활짝 피워 낸다.

떼 지어 다니는 낙타와 염소들을 볼 수 있고 정통 베두윈족의 사는 모습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또 국내선 비행기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복숭아 꽃이 별나게 아름다운 산악 지대 카미스에도

목사님을 모시고 세 번이나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 한해서는 공산당과 다름없는 나라가 그곳 사우디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 밖으로 여행하려면 같은 사우디 국내라 해도

여행증명서와 사유서를 경찰서에서 받아와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절대 여행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라도 벌금을 물고 해결을 해야만 가능하니

운전을 못 하는 여자들은 오히려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카미스에는 파견나온 미군 부대(한인 가족)와 농사를 짓는 한국인들이 조금 모여서 산다.

지대가 높아서 기후가 선선하고 햇빛이 좋아서 채소 농사와 과일 농사가 잘되는 것 같다.

오가는 길에 검사가 매우 심하고 또한 경찰들의 영어가 짧아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지 몰라서 항상 조심을 해야만 했다.

 

사는데 있어서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안일 무사는

오히려 신앙의 적이라는 걸 이곳에 살면서 깨달았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신앙은 더욱 견고해지고 크게 자란다는 것도 배웠다. 

가정 주부들에겐 특별히 바쁜 일이 없는 이곳에서 신앙이나 생활이 많이 나태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신앙이 깊어지고 성경을 많이 읽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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