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

조회 수 96 추천 수 1 2024.02.26 16:49:56

 

돌산 3.jpg   

                돌산

 

푹푹 고운 가마솥 땡볕을 피해

돌산* 꼭대기에 있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유영하는 바람을 끌어안는다

 

그동안 내 안에 쌓인 살 속 깊이 쟁여져 있는 

혼란스러웠던 성채에서의 기억까지

판매상품처럼 자잘한 과거를 하나씩 게워낸다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 오가는 소리, 헤엄치는 소리, 미싱 돌아가는 소리,

말다툼하는 소리, 미용실 가위질 소리, 라디오에서의 노랫소리,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 밥 먹는 소리, 설거지하는 소리,

들리지 않는 소리, 들을 수 없는 소리로 깊이 빠져들고 

하늘은 커다란 부적들을 가득 그려댄다

 

서성서성 칙칙한 더위

더는 손대지 못할 이곳 높은 공간에서는

조금씩 변화하는 작고 느린 변화가, 내 삶이

토해내는 기억의 흔적이요, 잊혀가는 아픔도 있지만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인 미래를 재단해 보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욕심 없는 풍경이 삶의 무게를 줄여 준다

 

내일도

잠이 안 오는 새벽녘이면

서둘러 오감(五感)을 동원해 돌산에 오를 거에요,

이곳에 찾아오는 길과 느낌은 내 것이라는 것을요,

이끼 낀 숲길을 찾고 있어요, 내 몸은 그 길을 알아요,

신발끈 단단히 맬 수 있는 길, 내 인생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곳은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일 테죠, 바로 그곳 말이에요

 

나는 믿··.

아직 시··이 남아 있다는 것을,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나는 유영하고 있어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네

 

하늘은

하늘에 다가갈수록 멀어져 가고 높아만 간다

땡볕 비치는 한낮

 

*스톤마운틴(Stone Mountain in Georgia). 평온에 솟아있는 513미터의 높이의 단일 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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