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
푹푹 고운 가마솥 땡볕을 피해
돌산* 꼭대기에 있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유영하는 바람을 끌어안는다
그동안 내 안에 쌓인 살 속 깊이 쟁여져 있는
혼란스러웠던 성채에서의 기억까지
판매상품처럼 자잘한 과거를 하나씩 게워낸다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 오가는 소리, 헤엄치는 소리, 미싱 돌아가는 소리,
말다툼하는 소리, 미용실 가위질 소리, 라디오에서의 노랫소리,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 밥 먹는 소리, 설거지하는 소리,
들리지 않는 소리, 들을 수 없는 소리로 깊이 빠져들고
하늘은 커다란 부적들을 가득 그려댄다
서성서성 칙칙한 더위
더는 손대지 못할 이곳 높은 공간에서는
조금씩 변화하는 작고 느린 변화가, 내 삶이
토해내는 기억의 흔적이요, 잊혀가는 아픔도 있지만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인 미래를 재단해 보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욕심 없는 풍경이 삶의 무게를 줄여 준다
내일도
잠이 안 오는 새벽녘이면
서둘러 오감(五感)을 동원해 돌산에 오를 거에요,
이곳에 찾아오는 길과 느낌은 내 것이라는 것을요,
이끼 낀 숲길을 찾고 있어요, 내 몸은 그 길을 알아요,
신발끈 단단히 맬 수 있는 길, 내 인생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곳은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일 테죠, 바로 그곳 말이에요
나는 믿·어·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나는 유영하고 있어,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네
하늘은
하늘에 다가갈수록 멀어져 가고 높아만 간다
땡볕 비치는 한낮
*스톤마운틴(Stone Mountain in Georgia). 평온에 솟아있는 513미터의 높이의 단일 돌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