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깊은 밤
해와 달이 얼기설기 엮은
때 묻고 낡은 댓살, *용수를 쓰고
유택동산에 산분장(散粉葬)된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표식도 비석도 없는
자연 무덤가
부풀어 오른 눈물
푸르르 날아드는
나방이들
만삭(滿朔)의 침묵을 깨운다
머하로 이까지 찾아 왔노?
야야, 얼굴에 덮어쓴 거는 머꼬?
오늘 밤도
몽유병 환자처럼
나는 용수를 쓰고
부모님을 만나러
자동차 헤드라이트 사이로
옛길을 걷는다
오가는 불빛
화사해라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행복하게
용수를 쓰고
이 밤에,
* 죄수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머리에 씌우는 주로 얇은 대나무로 엮어 만든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