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순옥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을 따라 사랑하고 행복하고 때로는 슬퍼서 함께 울다 보면 한 편의 영화는 끝이 나고 만다. 영화가 끝나면 현실이 아니기에 허전하다. 그 공허함 속에서 어쩜 우리네 인생살이는 한 편의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행복으로 끝나는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처럼 남은 내 인생살이도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한 인생살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영화는 분위기를 추구하는 예술이라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극장에서 봐야 감성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옛날에는 극장에 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 손바닥만 한 스마트 폰으로 볼 수 있어 편리하긴 하다. 설레는 가슴으로 극장 앞에 붙어 있는 커다란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서성거리던 시절이 참으로 오래전이었는데 요즈음 또다시 영화가 나를 부르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Parasite’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 등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영화에 대한 나의 관심이 되살아난 것이다.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를 이끌어 갈 자랑스런 위치로 우뚝 서다니 경이로울 뿐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한국영화 100년사를 이루어 가고 있는 수많은 영화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영화 ‘기생충’은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빈부양극화를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라 사람들의 공감대 얻기가 쉽다. 지극히 한국적인 반지하의 생활 공간과 호화주택을 보여주고 있어 곧바로 빈부차이를 말해주고 싶은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어느 장르의 예술보다도 시대성이 민감하기 때문에 요즈음 세계인의 관심사인 빈부격차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봉준호 감독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도 없지만, 배우들의 대단한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무슨 일이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가면 아름다운 결과가 이루어짐을 보여준 기적적인 최고의 오스카상이다. 대단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생충’이 세계인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고 있어 기쁘다.
꿈 많은 여고 시절엔 왜 그리도 영화가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학교에서는 극장 출입 단속이 심했고,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정학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 시절엔 토요일은 오전 수업만 있기 때문에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가슴 조아리며 삼류극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일류극장은 선생님들이 잠복해 있다는 소문 때문에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극성스러운 영화팬 친구들이 가발을 쓰고 극장에 갔다가 단속반 선생님한테 들켰다는 소문이 파다할 때는 주로 애정영화였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영화제목들이 떠오른다. 초우, 안개…… 눈이 예쁘기로 유명한 문희, 상큼한 윤정희, 남정님은 내 가슴을 들뜨게 했던 그 당시 트로이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성일 남자배우와 함께 수많은 청춘영화를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미성년자 관람 불가’여서 볼 수가 없었는데 근래에 스마트 폰으로 볼 수가 있어서 좋다. 언제나 남자 주연을 맡고 상대역 여배우들을 배려해 주면서 평생토록 영화를 사랑한 고 신성일 배우는 참으로 영화계의 스타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귀한 사진 한 장이 있다. 왕년에 대스타였던 윤정희 배우와 찍은 사진이다. 남편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콘서트가 내가 사는 근방 샐리나스에서 있었기에 참석하면서 몇 마디 딸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어느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요즈음 알츠하이머병으로 딸도 잘 분간을 못 하신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듣고 나니 가슴이 아프다. 십여 년 전 나와 사진을 찍었을 때만 해도 아주 예쁘고 건강하였는데… 참으로 세월은 무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루빨리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셔서 사랑하는 팬의 글도 읽어 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대중예술이라서인지 인생살이의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고 또 표출해 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젖어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한다. 영화 속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었든 마지막 장면이 끝나면 현실이 아니었음에 허탈한 마음이면서도 또 다음 영화가 보고 싶은 게 영화의 매력이다. 나는 영화가 좋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옛날 명화를 찾아 다시 보는 시간이 많다. 다시 보아도 좋은 명화 ‘벤허’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또다시 볼 예정이다. 이제는 한국이 세계 영화를 주도해 갈 수 있으니 벤허를 능가할 수 있는 스케일이 큰 한국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영화계에 영원히 남을 대명화 말이다.
오래전에 내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극장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판소리로 품은 한의 정서를 잘 표현한, 한국영화 ‘서편제’가 상영된 때가 있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임권택 영화감독, 오정해 배우, 한恨을 토해내는 소리꾼들의 음성이 지금도 내 가슴 속에 새겨 있다. 나는 지금도 몬터레이 극장에서 또다시 한국영화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가족이 다 함께 미국에 있는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할 날을 꿈꿔 본다.
요즈음엔 영화예술계에 한류열풍이 많이 불어 기분이 좋다.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를 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불어라, 한류열풍아! 많이 많이 불어라~.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즐겁고 행복한 한 편의 영화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다.
대중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서 인생살이를 반영해 가고 있는 영화가 주목된다. 작품 속에 삶의 진실과 행복이 커지길 바라면서 스타들의 얼굴을 그려본다. 그리고 한국 영화계를 빛나게 한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에게 좋은 관객으로서 그 노고에 보답하고 싶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서 명작 극장을 찾아 나선다.
*필자와 함께 촬영한 윤정희 배우
우왕 유명 배우와도 인연이 있어 함꼐 영화를 보시는군요 멋져요 ㅎ
저도 얼마전에 기생충 잼나게 봤지요
미국에서 한국말로 영화를 본다는게 얼마나 신기했던지 ㅎㅎㅎ
작년에 제법 크게 흥행을 했던 영화 돈/의 감독이 제 친조카랍니다
대학 좁업후 한우물만 파더니 기어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더군요
다음 작품도 성공하길 멀리서 응원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