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정순옥
Implant. 치아가 없는 곳에 인공치아를 심는 것을 말한다. 나는 평생토록 약한 치아에 앞니 사이가 너무나 벌어진 치아 때문에 치과를 자주 드나든다. 그동안 치아 때문에 속병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임플란트로 몸과 마음이 치유된 기분이다. 치아의 본질적인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고 인공치아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공간을 채워 기능을 되찾고 행복한 마음을 주는 인공치아처럼 나도 필요한 사람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인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임플란트처럼 힘든 인내가 필요할 때가 있음을 느낀다.
임플란트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나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주고받는 말만 들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임플란트는 누군가의 뼈를 깎아서 잇몸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았다. 이토록 미련한 인식은 임플란트를 생각 속에서 멀리하게 했고 앓는 치아들을 치과의사의 지시대로 다른 종류로 치료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몸이 늙어가니 세포들의 기능이 떨어져 잇몸 뼈도 치아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치과의사는 더이상 재생 기능이 불가능한 치아들을 뽑아내면서 임플란트를 권했다. 나는 브리지를 하든지 임플란트를 하든지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시리고 아픈 이들을 제거하고 나니 시원은 하면서도 걱정이 생겼다. 어금니가 없으니 음식을 씹을 수가 없었다. 음식 먹는 것만 생각하면야 양쪽 어금니가 몇 개 없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지금은 세상살이가 편리해져서 이가 안 좋아도 먹을 수 있는 영양가 음식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금니가 없으면 앞니들이 자연적으로 어금니 없는 쪽으로 기울어져 간다는 사실이다. 그렇잖아도 앞니에 공간이 넓은데 더 넓어질 가능성이 많아 빨리 어금니를 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치과의사의 소견을 들으면서 나는 비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더라도 브리지보다는 임플란트하기로 했다. 어떤 때는 수입 대부분을 치아치료를 위해 사용할 때가 있어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행복한 마음이 든다.
임플란트는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 보편화 되지 않고 있는 게 흠이다. 나는 몇 개나 되어서 거금이 들었고 또한 지혈이 잘 안 되는 건강 조건이 한꺼번에 하기도 어려웠지만 할 수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나에게 임플란트를 해준 치과의사는 산호세에 사는 닥터 김이다. 외국생활을 하는 나는 무엇보다도 같은 동족이어서 좋고 친절해서 좋고 경력이 많아 기술이 뛰어나서 좋았다. 나는 거리는 멀지만, 산호세에서 치과의사를 하는 한국사람인 닥터 김을 우연히 알게 되어 찾아갔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어떤 부분이 아파서 치료를 받으려면 치료하는 사람의 좋은 인성과 의료기술이 필요한데 내가 만난 닥터 김은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영원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신앙을 가지고 임플란트를 해 주는 의사의 말이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다.
진찰 사진찍기 충치 제거며 뼈이식을 하고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하고 보철을 하는 등 수많은 수술 과정을 따랐더니 잘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나의 잇몸엔 단단하게 박힌 인공치아가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고 음식물 씹는데도 문제가 없다. 치통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도 된다. 양치질 잘하고 딱딱한 음식을 조심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면서 치아 관리에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될 것임을 임플란트 수술 후 누누이 주의사항으로 받았으니 지켜야 할 것임을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내 몸을 떠나가 버린 자연 치아들을 더이상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세상살이에서도 원래 있던 것들이 어떤 이유로이든지 떠나가 버렸을 때는 그 자리를 대치할 것을 찾아 메워 질서를 잡고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무엇이든지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달아 아쉬워하곤 한다. 치아의 본질적인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것도 발취하고 나서야 깨달은 나다. 오랫동안 충치를 치료해 오면서도 자기 치아를 보전해야 한다는 의미를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치아와 치아 사이의 작은 틈새에 음식물이 끼어 충치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으니 치실로 잘 닦아내 줘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나 보다. 나는 미숙한 데가 많아서 인생살이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커다란 것만 보고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작은 일들을 소홀히 할 때가 잦았지 않았나 싶다.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임플란트하면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구실하는 것이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고 아름답게 하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세상살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무슨 사정이 있어 누군가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을 때가 있다. 이른 시일 내에 누군가를 선택해서 그 텅 빈 자리를 메워야 질서도 유지되고 보기에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본래의 모습과 비슷하게 하도록 힘든 임플란트 과정을 거쳐 인공치아를 해 넣으면 치아의 배열도 균형이 잡히고 근본적인 치아의 기능도 되찾을 수 있듯이 말이다. 임플란트해서 잇몸의 텅 빈 공간을 메운 인공치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켜주어 치아 배열을 고르게 해주며 음식을 씹을 수 있게 해 주는 인공치아가 한없이 고맙고 행복감을 갖게 한다.
임플란트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식립된 인공치아 같은 사람이 되어 공동체의 기능도 살리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임플란트는 행복한 삶을 위해 인내를 해야 하는 인생의 한 과정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귀한 글 마음에 담습니다
전 아직 이빨로 크게 고생은 해보지 않았지만
내 자리를 지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삶을 살기로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