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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진 게 인간이지만 우리는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고 배워 왔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러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삶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면 과연 그의 존엄성은 지켜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겠다는 '웰다잉(Well dying)' 논의는 연명치료가 존엄성을 해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존엄사는 환자의 요청에 의해 약물 투입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존엄사는 종교적·윤리적 이유로 반대가 많아 법제화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이슈화된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이 가족 요청에 따라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뗐다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으면서다. 2009년 대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노인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준 '김 할머니 사건'으로 입법화가 촉발됐다.
웰다잉 법으로도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지난달 23일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존엄사한 첫 환자가 나왔다. 50대 이 남성은 항암제 투여를 중단한 후 자연사했다고 한다. 연명의료 중단이란 생명 연장을 위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를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대한웰다잉협회 등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말기·임종기 환자들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말기 환자들에게 의사를 묻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연명의료계획서 신청은 극히 저조하다. 존엄사가 잘 정착되려면 연명의료계획서 대상자를 넓혀야 할 뿐 아니라 복잡한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