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개비/가치/개피 바로알기

조회 수 5402 추천 수 2 2015.03.21 18:10:38

'가치담배'는 맞고 '담배 한 가치'는 틀려요?

 개비/가치/개피 바로알기

  
새해부터 ‘담배’로 나라가 들썩입니다. 새해 결심에 빠지지 않는 ‘금연’ 얘기는 물론이고 특히 올해는 2000원이나 오른 담배 가격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는지’가 애연가들의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아예 ‘만들어 피우자’는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이쯤 되면 ‘담배대란’임이 분명한데요. 이런 가운데 수십 년 만에 반가운 말이 등장했습니다. “담배 1개비 300원!” 저도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나 본 장면인데요. 동네 구멍가게나 가판대에서 팔던 ‘낱개 담배’를 뜻합니다. 그런데 ‘개비담배’ ‘개피담배’ ‘가치담배’ ‘까치담배’…. 부르는 말도 가지각색이네요. 뭐가 맞는 말일까요?

'가치담배'는 맞고 '담배 한 가치'는 틀려요?
국립국어원에서 이 단어들을 찾아봤는데요.

*개비:
① 가늘게 쪼갠 나무토막이나 기름한 토막의 낱개
②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가늘고 짤막하게 쪼갠 토막을 세는 단위
*개피: ‘개비’의 잘못
*가치: ‘개비’의 잘못. ‘개비’의 북한어
*까치: ‘개비’의 잘못

결국 ‘개비’가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담배 한 가치, 두 가치’는 잘못된 말이라면서 ‘가치담배’는 ‘갑에 넣지 않고 낱개로 파는 담배’라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네요. 그러면서 ‘개비담배’는 사전에 없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가늘고 짤막하게 쪼갠 토막을 세는 단위로 개비 가치 까치가 쓰이고 있지만, 이들 중 개비만 표준어임을 알려드립니다. 가치담배의 경우 관용적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고 이것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담배를 셀 때는 ‘개비’가 맞고, 낱개 담배를 말할 때는 ‘가치담배’처럼 한단어로 쓰거나 ‘개비 담배’처럼 띄어써야 한다는 말인데요.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도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국립국어원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담배를 ‘한 가치’로 쓰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가치담배’는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기준이 좀더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해 첫 문제 나갑니다. 다음 '담배' 관련 보기 중 표준어가 아닌 것은 몇 번일까요.

① 담뱃값이 무려 2000원이나 올랐네
② 담배나 피우고 올게요
③ 재털이는 어디 있어요?
④ 담배 두 갑만 주세요

정답은 ③번입니다. '재떨이'가 맞는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추천 수
94 덕수궁 그리고 돌담길..132년 만에 '완주' 가능 강정실 2016-02-03 9238 1
93 우리나라의 국명은 한국, 정확하게는 대한민국이다 웹관리자 2016-01-19 7928 1
92 ‘이른둥이’ ‘따라쟁이’ file 웹관리자 2016-01-02 3367 1
91 흥선 대원군의 환갑 얼굴 file 강정실 2015-12-26 5744 2
90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본판 1억 3,500만원에 낙찰 file 웹관리자 2015-12-19 3124 3
89 2015년의 신조어 file 웹관리자 2015-12-16 4253 2
88 '잎새' '푸르르다' '이쁘다' 등 표준어 인정 웹관리자 2015-12-14 2487 1
87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있는 곳(파리 북부, 오베르 쉬르 오와즈) 웹관리자 2015-11-25 4414 3
86 세종의 아들들이 거쳐간 妓女 초요갱… 불나방처럼 달려든 사내들 file 웹관리자 2015-11-17 3831 1
85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숨겨진 진실 file 웹관리자 2015-11-17 4556 1
84 풍납토성 '1700년의 비밀' 풀리나?…내년부터 발굴 file 웹관리자 2015-11-11 2968 1
83 국사편찬위, 내달 업데이트 완료…2억4천만자 '대기록' file 웹관리자 2015-11-11 2190 2
82 구한말 돈으로 관직 거래한 문서 '임치표' 확인 file 강정실 2015-11-10 2494 2
81 천경자 화백, 수개월 전 별세…‘잠자듯’ 눈 감은 꽃의 여인 file 웹관리자 2015-10-22 4535 2
80 국보 훈민정음 또 있다. 제3의 혜례본 발견? file 웹관리자 2015-10-17 3043 1
79 담벽과 담벼락 강정실 2015-10-17 2708 1
78 이미 확보해 놓은 높은 벼슬, '떼어놓은 당상' file 강정실 2015-10-17 5013 2
77 <우리 말글 이야기>엄한 사람? 애먼 사람! file 강정실 2015-10-17 2173 1
76 [기사 속 틀린 맞춤법] 1억수표, 분실물이냐 검은 돈(X)이냐 강정실 2015-10-17 3134 1
75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강정실 2015-10-17 183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