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벌이고 격차는 벌리고!

조회 수 2296 추천 수 1 2015.07.24 07:57:21

 

 

2015072401033806345001_b_99_20150724143308.jpg

 


국민은 빚에 허덕이는데 정부 실세들은 돈 잔치를 ‘벌려왔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11월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방한 관광객과의 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벌이다’와 ‘벌리다’는 둘 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쓰임새가 많은 단어인데요. 첫째 인용문에서는 ‘잔치를 벌여왔다’고 써야 합니다. ‘벌이다’는 일을 시작하거나 펼쳐놓는다는 의미로 사업을 벌이다로 쓸 수 있어요. 노름판 따위를 차려놓는다는 뜻도 있어 화투판 혹은 굿판을 벌이다로 쓰기도 해요. 여러 물건을 늘어놓는다는 의미로 좌판을 벌이다로도 쓰지요. 또한 논쟁이나 입씨름을 할 때도 벌인다고 하지요.

둘째 인용문에서는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로 써야 합니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란 뜻으로 줄 간격 혹은 점수 차를 벌리거나 양팔을 벌려 골 세리머니를 한다고 쓸 수 있어요. 이와는 다르게 ‘손을 벌리다’는 관용적으로 무엇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구걸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일을 벌일 때 일의 가짓수나 속도보다는 신중함이 더 필요할 텐데요. 보여주기나 치적 쌓기에 집중하다 보면 일만 벌여놓고 마무리는 흐지부지하기 쉽지요. 반면 개인의 경우에는 일을 벌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느라 실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덕목이 신중함인지, 아니면 일부터 벌여놓고 보는 도전정신인지를 알기 위해선 지나온 궤적을 살펴보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쳐서 일단 일을 ‘벌였다면’ 그다음엔 속도를 내야 할 차례지요. 그렇게 앞사람과의 격차는 줄이고 뒷사람과의 격차는 ‘벌리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이처럼 ‘벌이다’는 음식이나 물건, 말(논쟁) 등을 늘어놓을 때, ‘벌리다’는 틈, 간격, 격차 등을 벌어지게 할 때로 구분해 쓰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54 우리말, '도찐개찐~' 강정실 2015-03-21 3772 2
53 국립국어원 발표 2047신어의 경향 file 강정실 2015-03-28 3725 1
52 우리말 ,삼가야 할 장애인 비하 표현 강정실 2015-03-21 3701 2
51 우리말, '몇'과 '일'의 환영 못 받는 연애 강정실 2015-03-21 3514 3
50 우리말, "취직하려면… 입문계가 좋아요? 시럽계가 좋아요?" 강정실 2015-03-21 3511 1
49 울궈내다? 우려내다. file 웹관리자 2015-07-12 3488 1
48 ‘재연’과 ‘재현’ file 웹관리자 2015-07-12 3477 2
47 “안 되요”라고 하면 안 돼요 file 웹관리자 2015-08-14 3421 1
46 황태자 영친왕의 정혼녀 file 웹관리자 2015-05-19 3389 1
45 ‘이른둥이’ ‘따라쟁이’ file 웹관리자 2016-01-02 3363 1
44 “문학은 사람의 목소리, 결코 망하지 않을 거요!” file 웹관리자 2016-03-31 3310 1
43 [기사 속 틀린 맞춤법] 서유리 보정 의혹 사진에 눈꼽(X)? file 웹관리자 2015-09-02 3214 2
42 "조선 사신으론 내가 적임" 명·청 때 서로 오려 한 까닭 file 웹관리자 2016-09-11 3196 1
41 ‘고래가 싸우면 새우가 죽는다?’ file 웹관리자 2015-09-10 3176 1
40 [기사 속 틀린 맞춤법] 1억수표, 분실물이냐 검은 돈(X)이냐 강정실 2015-10-17 3134 1
39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본판 1억 3,500만원에 낙찰 file 웹관리자 2015-12-19 3124 3
38 국보 훈민정음 또 있다. 제3의 혜례본 발견? file 웹관리자 2015-10-17 3043 1
37 114년 전 美 언론이 취재한 '청년 안창호의 꿈' file 웹관리자 2016-03-06 3009 1
36 풍납토성 '1700년의 비밀' 풀리나?…내년부터 발굴 file 웹관리자 2015-11-11 2968 1
35 담벽과 담벼락 강정실 2015-10-17 270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