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빚에 허덕이는데 정부 실세들은 돈 잔치를 ‘벌려왔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11월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방한 관광객과의 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벌이다’와 ‘벌리다’는 둘 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쓰임새가 많은 단어인데요. 첫째 인용문에서는 ‘잔치를 벌여왔다’고 써야 합니다. ‘벌이다’는 일을 시작하거나 펼쳐놓는다는 의미로 사업을 벌이다로 쓸 수 있어요. 노름판 따위를 차려놓는다는 뜻도 있어 화투판 혹은 굿판을 벌이다로 쓰기도 해요. 여러 물건을 늘어놓는다는 의미로 좌판을 벌이다로도 쓰지요. 또한 논쟁이나 입씨름을 할 때도 벌인다고 하지요.
둘째 인용문에서는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로 써야 합니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란 뜻으로 줄 간격 혹은 점수 차를 벌리거나 양팔을 벌려 골 세리머니를 한다고 쓸 수 있어요. 이와는 다르게 ‘손을 벌리다’는 관용적으로 무엇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구걸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일을 벌일 때 일의 가짓수나 속도보다는 신중함이 더 필요할 텐데요. 보여주기나 치적 쌓기에 집중하다 보면 일만 벌여놓고 마무리는 흐지부지하기 쉽지요. 반면 개인의 경우에는 일을 벌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느라 실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덕목이 신중함인지, 아니면 일부터 벌여놓고 보는 도전정신인지를 알기 위해선 지나온 궤적을 살펴보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쳐서 일단 일을 ‘벌였다면’ 그다음엔 속도를 내야 할 차례지요. 그렇게 앞사람과의 격차는 줄이고 뒷사람과의 격차는 ‘벌리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이처럼 ‘벌이다’는 음식이나 물건, 말(논쟁) 등을 늘어놓을 때, ‘벌리다’는 틈, 간격, 격차 등을 벌어지게 할 때로 구분해 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