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시즌입니다. 방학이라고 잘해주고 싶지만! 시간에 쫓기고, 힘에 부치고 한계에 부닥쳐 맘으로만 그치는 건 워킹맘들의 한결같은 고민일 겁니다. 늘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던 차에, 지난 주말 군것질거리나 넉넉히 사주자는 생각에 마트에서 과자를 한 아름 사들고 왔는데요.
'누네띠네', '설레임', '뿌셔뿌셔', '꼬깔콘', '빠다코코낫'…. 과자이름이 참 다양하네요. 한번 읽어봤을 뿐인데 입에 착 달라붙어 아이들 외우기도 참 쉽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읽을 땐 누네띠네가 맞지만 쓸 때는 눈에띄네가 맞는 거야." 아이가 집어든 봉지에서 과자 하나 빼앗아 먹으며 넌지시 일러줍니다. 늘 오탈자는 고치고 보는!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과자이름은 고유명칭이니까 맞춤법에 맞고 틀리고를 떠나 사람들의 입에 잘 오르내리는, 익숙한 단어를 찾다보니 발음 나는 그대로 쓴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면 어떻게 써야 바른 표현일까요.
먼저 '누네띠네'는 연음하여 소리나는 대로 표기했기 때문에 쉽게 기억에 남죠. 저도 어릴 적부터 참 좋아하는 과자입니다만, 맞춤법은 누네띠네가 아니고 눈에띄네가 맞습니다. 여기서 연음이란 앞 음절의 끝 자음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뒤 음절의 초성으로 이어져 나는 소리로 '봄이'가 '보미'로, '겨울이'가 '겨우리'로 소리 나는 것 따위를 말합니다.
설레다는 '설레어(설레)/설레니'로 변형되고 자동사로만 쓰입니다. 설레이다는 설레다에 '남에 의해 움직이는' 뜻을 지닌 피동접사 '이'를 끼워넣은 것인데요. 내 마음이 들뜨고 두근거리는 것은 순전히 나의 의지이지 남의 의지가 아니죠. 그러므로 피동형 접사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설레임'은 설렘으로 써야 맞습니다. 목메이다, 헤매이다, 되뇌이다 등도 마찬가지로 목메다, 헤매다, 되뇌다로 써야 합니다.
빙과류 '설레임'의 겉면.
하지만 이 제품은 마음이 두근거리는 설렘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품을 직접 보니 '雪來淋'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네요. 제품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얼린 셰이크가 녹을 때 나는 느낌이 눈과 비슷해 눈(雪)이 들어가면서 감정적인 이름을 찾다가 설레임(눈처럼 와서 이슬로 방울져 떨어지다)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고로 이 과자 이름은 잘못된 우리말 표기가 아닌 한자를 조합한 새로운 언어로 봐야겠군요.
'뿌셔뿌셔'는 무언가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는 부수다를 된소리로 발음한 것이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부숴부숴'가 맞는 말입니다.
미국 코넬대 브라이언 완싱크 박사팀이 재밌는 연구를 했는데요. 네살짜리 아이들 186명에게 한번은 그냥 '당근'이라면서 주었고, 다른 날은 같은 당근을 'X-레이 눈빛 당근'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당근을 2배나 더 먹었다고 하네요.
이는 채소에 대한 이미지도 바꾸면서 즐거움을 주고 식욕까지 돋게 만드는 심리!! 결국 같은 음식이지만 다른 기대를 할 수 있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기업들이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 이름을 지으려는지 이해가 갑니다.
다만 아이들이 주로 먹는 스낵류 이름이므로, 제품 어느 한쪽에나마 제대로 된 표현을 적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기업 입장에선 과자도 팔면서 우리말도 알리고, 또 아이들은 과자도 먹고 우리말까지 제대로 아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아닐까요?
자~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퀴즈~~ 나갑니다. '꼬깔콘', '빠다코코낫'의 올바른 표현은 무엇일까요?
해답:
1. 꼬깔이 아니라 고깔이므로 '고깔콘'이 맞습니다. 고깔은 승려나 무당 또는 농악대들이 머리에 쓰는, 위 끝이 뾰족하게 생긴 모자입니다. 2. 외래어표기법에 맞추어 표기하면 버터와 코코넛이므로 '버터코코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