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은 짜장면의 '독립기념일'입니다. 3년 전 8월31일, 자장면뿐 아니라 '짜장면'도 복수표준어가 됐는데요. 왠지 소스를 안 부은 듯한 '자장면'에 답답했던 국민들은 후련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 표준어 규정에 안맞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걸 모두 '자장면'처럼 인정해 줄 수는 없겠지요. 오늘은 준말로 표기할 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모음 'ㅜ(우)'와 관련된 낱말 얘기입니다.
/사진=jTBC 인기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화면 갈무리(왼쪽).
왼쪽 사진은 한 TV프로그램의 장면들입니다. 한 사람이 한 마디 외친 이후 전원이 구호를 외치는데요. "사겨라! 사겨라!…." SNS 등에서도 이같이 쓰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요. 이 말은 맞춤법으로 보면 틀립니다. '사귀다'가 '어'가 붙어 변형되면 '사귀어라'가 맞습니다. 몸통이 되는 말이 살아야 되는 건데요. 다른 예를 들면 '주다→주어(줘)' 식입니다. 자막의 경우엔 'ㅜ'가 빠졌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사귀어라'라고 말할 때, 4음절 아닌 3음절처럼 발음한다는 겁니다. 저 TV프로그램처럼 말이죠. 그 소리를 억지로 준말로 표시하자면 사진 오른쪽처럼 되겠지만, 저 글자는 한글엔 없습니다. "사.귀어.라!", 대안이 있을까요?
또 다른 낱말입니다. "담배 피우러 갑시다"와 "담배 피러 갑시다", 어느 쪽이 귀에 익으신가요? 맞춤법에 맞춘다면 '피우다'가 맞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물론 신문기사에서도 '피다'로 쓰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바람 폈어?"('피웠어'가 맞는 말)도 같은 경우죠.
그런데 말이죠. 표준어 규정 울타리 안에는 합법적(?)으로 '우'가 사라진 말이 몇 개 존재합니다.
고인 물을 떠서 밖으로 버릴 때 퍼낸다고 하지요. 기본꼴은 '푸다'인데 'ㅜ'가 사라졌습니다. 유일한 '우 불규칙' 동사입니다. 이 경우엔 오히려 '풔(X)'라고 하면 틀립니다. 띄어쓰기한다고 할 때 '띄다'는, 원래 '띄우다'가 맞지만 '우'가 빠진 것도 줄임말로서 인정받은 경우입니다. '(반지를 등) 끼우다'도 '끼다'로 줄일 수 있고, '외우다'도 줄임말 '외다'로 쓸 수 있습니다. '밤샘하다' 역시 '밤새움하다'가 본말이지만 줄임말로서 인정됩니다.
/사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색 결과 화면.
이처럼 '우'의 지위는 애매한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사귀다'와 '피우다'도 이런 경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사귀다→사겨(X)'는 말의 몸통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기본형이 '사기다'로 바뀌지 않는 한 어려워 보입니다. 어색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표기는 '사귀어'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피우다'는 좀 달라보입니다. '피다'가 피우다의 줄임말로 인정받는다면 "담배 펴"를 좀더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앞의 예로 든 단어들처럼 말이죠.
국어사전에 변화가 생기려면, 무엇보다 우리말 사용자들이 많이 쓴다는 '보편성'이 필요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담배 펴"라고 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선 "담배 피워"를 많이 쓸 수도 있겠지요. 만약 보편성이 인정된다면 심의를 거쳐 수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퀴즈입니다.
다음 ' ' 표시 단어 중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1. 어제 날짜로 가격이 '바꼈어요'. 2. 쟤는 늘 게으름 '펴'. 3. 좋은 글 '퍼가요~'. 4. 담배 '핀' 놈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