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근처 덕수궁 주변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특히 덕수궁 앞 조선시대 수문장 교대의식이 ‘재연/재현’되는 시간이면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문인지 거리가 한산하다.
‘재연’과 ‘재현’은 발음과 의미가 서로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말이다. 똑 부러지게 구별하기도 쉽잖다.
재연(再演)은 ‘한번 행하였던 일을 되풀이하는 것’을 뜻한다. ‘범인은 현장 검증에서 태연히 범행을 재연했다’처럼 동작이나 행위가 되풀이될 때 쓴다.
반면 재현(再現)은 다시 나타난 현상을 뜻한다. ‘선사시대 모습을 재현한 움막들이 들어서 있다’처럼 현상에 강조점을 둔다. ‘지금은 사라진 어떤 것이 다시 나타나거나 나타나게 하는 것’이 재현이다.
일반적으로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재연’, 옛 모습을 되살리는 것은 ‘재현’을 쓴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문장에서 ‘재연’과 ‘재현’, 둘 다 쓸 수 있는 경우다.
‘6·25 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참사가 재연/재현되어서는 안된다’의 경우 싸우고 죽이는 동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면 ‘재연’, 전쟁의 결과 나타난 현상에 강조점을 둔다면 ‘재현’을 써야 한다. 또한 덕수궁 앞에서 벌어지는 ‘수문장 교대의식’을 표현할 때 의식이 진행되는 동적 상황을 강조하면 ‘재연’, 수문장의 복장 등 현상, 정적인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재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