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새끼손가락은유난히짧다.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되시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띄어쓰기의 중요성'이라는 글에 있는 사례인데요. 만약에 '새끼'와 '손가락' 사이만 띄었다면 욕설처럼 느껴질 겁니다. 뜻을 정확히 전하기 위해 이렇게 띄어 쓸 수 있겠죠. ‘친구 새끼손가락은 유난히 짧다.’
띄어쓰기는 글의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도 들어간 내용인데요. 그런데 띄어쓰기, 쉬우신가요?
맞춤법 총칙 제2항은 '문장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 특성상 다 띄었다가는 더 읽기 힘들 텐데요. 영어라면 "I am Jungu"처럼 쓰면 되지만, 우리말로 "나 는 준구 야"처럼 띄어 쓰면 읽기 더 힘듭니다. 그래서 '(의존성이 있는)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와 모양도 비슷하고 역시 의존적인 '의존명사'는 맞춤법 규정상 띄어 써야 합니다. 헷갈리는 띄어쓰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의존명사 띄어쓰기
①지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이르는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 씁니다.(예: 그를 만난 지도 꽤 되었다) 반면 독립된 단어가 아닌 ‘-ㄴ(은/는)지’ ‘-ㄹ(을)지’의 형태로 사용될 때는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예: 집에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②만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 씁니다.(예: 십 년 만의 귀국이다) 반면 ‘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하여 어느 것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조사일 때는 붙여 씁니다.(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숫자 띄어쓰기
①첫번째, 첫째
‘첫’은 관형사이고 ‘번째’는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입니다. 따라서 ‘첫 번째’로 띄어 써야 맞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의 뜻을 나타내는 ‘첫째’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②십오년, 15년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그 앞의 수 관형사와 띄어 씁니다. 따라서 ‘십오 년’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수 관형사가 아라비아 숫자로 나타날 경우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15 년(원칙)/15년(허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우리말엔 1음절, 2음절의 짧은 단어가 많습니다. 그래서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면 말로 할 때와 호흡이 안 맞기도 하고, 보기 힘들기도 합니다.(물론 '단음절이 연이어 나올 때는 붙여 써도 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띄어쓰기'는 한 단어지만 '띄어쓰다'는 틀리고 '띄어 쓰다'나 '띄어쓰기하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한자어인 '독서'는 괜찮지만 한글로 풀어 쓴 '책읽기'는 안 되고 '책 읽기'로 써야 합니다. 글자 모양은 같은데 경우에 따라 붙여 쓰거나, 띄어 써야 하니 우리 말글에서 제일 어려운 게 ‘띄어쓰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학자들 역시 띄어쓰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띄어쓰기의 목적은 '글의 뜻을 쉽게 파악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띄어쓰기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부분은 좀 넉넉하게 허용하면 어떨까요?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띄어쓰기 중 잘못된 것은?
① 날씨가 흐리고 한두 차례 비가 올 전망이다.
② 그가 떠난지 2년이나 되었다.
③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④ 5년 만에 만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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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②번입니다. ‘지’가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이르는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 써야 합니다.
‘우리말 밭다리걸기’ 1탄을 마치며…
지난해 8월5일 시작한 ‘우리말 밭다리걸기’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43회에 걸쳐 진행된 1탄 기사는 전문성을 더해 곧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잠시 충전기를 거친 뒤 우리말 쓰임새의 지평을 넓혀 오는 9월1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으로 새롭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