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승자가 되는 법

조회 수 9003 추천 수 0 2014.12.29 12:58:20

똑같은 작품도 시간, 계절, 장소, 심리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한 해를 보내는 연말에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승리' 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작품은 교황 율리오 2세 무덤을 위한 조각상 가운데 한 점이다. 미완성작이지만 생명력과 운동감, 강렬한 감정을 인체를 빌려 구현하고자 했던 미켈란젤로의 예술 세계를 반영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조각상을 가리켜 수수께끼 작품이라고 부른다. 나뭇잎으로 장식한 화환을 쓴 잘생긴 젊은 남자가 양쪽 다리 사이에 노인을 무릎 꿇게 한 자세로 서 있는 사연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donga_20141230031606201.jpeg

 

                                                        미켈란젤로, 승리, 1519∼34년, 대리석, 높이 261cm, 피렌체 베키오 궁.

 

 

힘과 아름다움, 성적 매력을 근육질의 몸으로 보여 주는 젊은이는 미켈란젤로가 사랑했던 로마의 귀족 청년 톰마소 카발리에리이며, 굴욕을 당하는 노인은 사랑의 포로가 된 미켈란젤로 자신이라는 해석, 노인은 시간을 상징하며 젊은 남자는 시간의 흐름에 도전하는 젊음의 특성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철학 에세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우리는 짧은 수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수명을 짧게 만들었고, 수명을 넉넉히 타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명을 낭비하고 있다오. 마치 왕에게나 어울릴 넉넉한 재산도 적합하지 않은 주인을 만나면 금세 탕진되고, 얼마 안 되는 재산도 제 주인을 만나면 늘어나듯이, 우리의 수명도 제대로만 관리하면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오.'

젊음은 승자, 노년은 패자로 대비시킨 이 조각상을 감상하면서 이런 마음 자세를 가져도 좋으리. 시간의 빠름을 한탄하기보다는 시간테크를 잘해 시간 부자가 되겠다고.

 

제공: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9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44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7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59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12 5
76 차 없는 주민들, 전기차 무료 공유 file 강정실 2015-08-05 4030 3
75 별똥별 file 지상문 2015-08-09 4867 3
74 은유와 상징, 색이 주는 메시지 file [1] 강정실 2015-08-11 9599 3
73 129년 전 최초의 ‘아리랑 악보’ 발굴(영상) 웹관리자 2015-08-17 4892 3
72 태풍의 이름 file 웹관리자 2015-08-24 6238 3
71 동북공정, 식민사관 인정하는 지도 미국에 보낸 정부 file 웹관리자 2015-10-05 6990 3
70 세계 희귀한 바위 석송 2015-09-22 4761 3
69 소금물로 작동하는 차, 실현될 듯하다 [2] 웹관리자 2015-10-28 4852 3
68 세계인의 눈을 홀린 칼러사진 14선 [1] 웹관리자 2015-10-28 4987 3
67 커피 하루 3~5잔 마시면 3~7년 더 산다. file [1] 석송 2015-11-18 5692 3
66 김환기, 고향 그리울 때마다 점을 찍다 웹관리자 2015-12-06 11006 3
65 공군 조종사들은 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닐까 file 웹관리자 2015-12-19 14443 3
64 자신을 살려준 할아버지 만나러 5,000마일 헤염쳐 돌아오는 펭귄 file [1] 웹관리자 2016-03-10 4070 3
63 지구를 구하는 크릴새우..남북극 동물 24종의 생존 이야기 file 웹관리자 2016-03-11 5406 3
62 수고하셨습니다. [1] 남중대 2016-04-26 4393 3
61 시애틀 소식 [1] 문창국 2017-01-04 3372 3
60 100년 수난을 견디고 명절이 된 '음력 설'의 운명 홍용희 2017-01-27 3676 3
59 서머타임 시작 file 홍용희 2017-03-11 2724 3
58 개와 아이와 함께 [1] 웹관리자 2017-04-25 3308 3
57 미주(LA)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입상자 자격에 대한 의문 [4] 서용덕 2017-06-23 380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