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되/돼, 데/대

조회 수 7141 추천 수 4 2015.03.21 19:01:56

'앙되요'는 안돼요?... "안된대요"

되/돼, 데/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이내 가을내음까지 나네요. 산책하기 좋은 초가을!입니다. 며칠 전 회사 코앞에 있지만 늘 마음만이던 청계천을 작정하고 걷기로 했는데요. 나무와 풀, 제각각 사연있는 다리 등 늘 스쳐 지나던 것들이 사진 찍히듯 눈에 선명히 들어오네요. 그러다 '앙되요'라고 적힌 테이블 앞에 걸음을 멈추었는데요. 한 개그프로그램이 생각나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같은 자리 문구가 '앙돼요'로 고쳐 있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앙'까지 '안'으로 고쳐야 하지만, 그래도 '되'와 '돼'를 구분해 맞게 고쳐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앙되요'는 안돼요?... "안된대요"
서울 청계천 청계광장 주변에 설치된 탁자에 붙은 스티커.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활용한 말이지만, '되요'는 틀린말이고 '돼요'가 맞는 말입니다. 최근엔 오른쪽처럼 맞게 고친 스티커가 다시 붙었습니다.
우리가 헷갈리는 말 중 '되'와 '돼'가 있는데요. 발음이 비슷하게 나서 구분하기가 어렵죠. 그럼 어떻게 구별할까요. 두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하' '해'를 넣어서 구별하는 방법입니다.
헷갈리는 자리에 '하' '해'를 넣으면 되는데요. '하'가 적합하면 '되', '해'가 적합하면 '돼'가 맞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거 먹으면 안(되/돼)요"

여기에 '하'와 '해'를 대입해볼게요.

"이거 먹으면 안하요" "이거 먹으면 안해요"

사실 두 문장 모두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를 넣은 뒷문장이 맞는 말이겠죠. 그럼 '안돼요'가 올바른 표현이랍니다.

두 번째 방법은 '되어'로 대치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되어'로 대치된다면 '돼'로 쓰는 게 맞습니다.
다시 위 예시문장을 볼까요.

'이거 먹으면 안되어요'
'되어'로 대치가 되네요. 그러므로 '안돼요'가 맞는 표현이랍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대'와 '데'도 있습니다. 특히 '데요'와 '대요'가 헷갈리는데요. '-데'는 말하는 사람이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보고하듯이 말할 때나 그것을 회상해서 일러줄 때 '-더군' '-하더군'의 의미로 쓰이고, '-대'는 '-다고 해'가 줄어든 말로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씁니다.
그럼 어떻게 구분할까요. 예를 들어 알아볼게요.

㈀ 배가 고프데요
㈁ 배가 고프대요


'데요'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회상하여 알려주는 말로, '더군요'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러므로 ㈀은 '배가 고프더군요'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은 어떤 뜻일까요. '대요'는 자신이 아닌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종결어미로 '-다고 해요'가 줄어든 말입니다. 그러므로 '배가 고프다고 해요'로 고칠 수 있답니다.

'앙되요'는 안돼요?... "안된대요"
자~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각 문장에서 맞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⑴ 오늘 시간 되/돼?
⑵ 공연장에 사람이 많이 왔대요/왔데요.

여기를 누르면 정답이 보입니다.

⑴에 '하'와 '해'를 대입해보면, '오늘 시간하/시간해?'가 됩니다. 둘다 말은 어색하지만 '시간하'보단 '시간해'가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시간되어'로 대치될 수 있으므로 '오늘 시간 돼?'가 맞습니다.
⑵에선 '왔대요/왔데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각각 뜻이 다른데요. 왔'대요'는 왔'다고 해요'로, 왔'데요'는 왔'더군요'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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