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면

조회 수 250 추천 수 3 2020.09.25 14:03:48

DSC_0333-es.jpg

 

                                              이곳에 오면

 

                                                                          강 정 실

 

이곳에 오면

재작년 봄 바닷가

파랗게 불어오는 햇볕 따스한

광안리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구순을 넘긴 어머니와 마주앉아

깊게 팬 주름진 얼굴을 보며

건강과 먹는 약

친척들의 근황을 물었던 게

떠오른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젖을 빨다 낮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옆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안 보여 대문 문턱에 앉아 울고 있는데 배에 석탄 싣고 닷새 만에 돌아온 아버지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를 노래해 주셨다 내가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유학 갈 때 고향집에 맡긴 아들·딸을 부모가 몇 년간 키워주셨다 아들은 애미 대신 할머니의 빈 젖을 빨며 잠들었고, 애비가 먹었던 그 젖을 대물림하며 성장했다

 

이곳에 오면

산타모니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바다를 바라보는 다른 모녀의 모습도

사랑보다 진한 나의 추억들이

내 심장에 머물러 앉아

파도는

채워지지 않는 부모님의 빈자리에

흔적이 되어 흐르는 세월에도

마법같이 녹지 않고

기억의 파편들이 쏟아져 나온다

 

 


박은경

2020.09.25 17:56:24
*.36.72.70

그리움을 자아내는 멋진 시,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고향 대문간이 떠오르며 거기에 평상을 놓고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어머니와 이야기꽃 피우던 추억이 새록새록,,,

정순옥

2020.09.26 13:37:03
*.82.223.47

인생은 흘러가는데 그 기억은 흔적으로 남아 

남들의 모습도 자신의 것으로 회향하는 것,

시화화해 다른 이들을 공감케 하는 작품을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참 좋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4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43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7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49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08 5
1016 바보들 [1] 유진왕 2021-05-17 211  
1015 굴다리 너머 박은경 2021-08-25 210  
1014 [시조] 파도여 file 박은경 2020-08-09 210 1
1013 [단시조] 신의 소리 박은경 2021-09-02 209  
1012 하루의 날개를 접고 [1] 유진왕 2021-05-24 209  
1011 2월의 소리 file [2] 정순옥 2021-01-29 209 1
1010 생일을 맞아 file [4] 박은경 2020-12-04 209 1
1009 지구상 단 한 마리…환상의 흰고래 미갈루 올해 첫 포착 file 배원주 2022-04-25 208 1
1008 쌀밥 file [3] 정순옥 2022-02-28 207 1
1007 소중한 2월을 맞이 하며/은파 [3] 오애숙 2020-01-31 207 1
1006 <수필> 숲속의 하루 file [1] 웹담당관리자 2021-02-17 206 1
1005 경자년 흰쥐해를 맞아 주저리 주저리~~~~~ [2] 박은경 2020-01-11 206 1
1004 손수건 1 박은경 2021-01-17 205 1
1003 ‘세기의 미남’ 佛 배우 알랭 드롱, 스위스서 안락사 예정 file 배원주 2022-03-22 205 1
1002 개설매 file [2] 강정실 2020-09-12 205 3
1001 영화 file [1] 정순옥 2020-07-12 204 3
1000 신발 던지기 박은경 2021-07-05 203  
999 1번 국도 file [4] 박은경 2020-06-30 203 3
998 초가지붕-안종관 시인 file [1] 웹담당관리자 2020-02-10 203 1
997 연시조/ 목욕탕 나들이 박은경 2021-11-11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