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아, 밥 묵자

조회 수 125 추천 수 0 2021.06.17 22:01:50

< 이 사람아, 밥 묵자 >

 

 

밥 무운나

조반 드셨어요

점심 드시고 가이소

아이, 남기지 말고 다 드이소

이 사람아, 밥 무우러 오이라

우리 애들은 못 알아듣는 얘기…

 

우린 가난하게 살았다, 너 나 없이

세월이 그랬으니까…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그래서 밥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급했고

평화도 안녕도 건강도 모두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을라고…

 

이웃 집에 마실을 갈 때도

보나마나 빠듯한 그 집 식량 축내지 않으려 조심하고

누군가 길에서 마주치면 식사 하셨는지 묻는 것이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네 식 표현이었지

나도 굶어 봤으니까, 배고픈 게 뭔지 아니까…

그런데, 왜 배가 고프면 꼬로록 소리는 나는지…

 

우린 가난을 징그럽게 싫어했지만

그게 복인 건 잘 몰랐다

진지 드셨냐 건네는 한마디에

우리네 그 따스한 인정이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손님 밥그릇 커다란 주걱으로 꾹꾹 눌러 담을 때

거기 사람 사는 정이 켜켜 눌려 쌓이는 것을

아랫목서 따스한 밥주발 꺼내시는 할머니 모습이

한 평생 뇌리에 맴돌고 내 삶의 밥 힘이 될 것을…

 

한 시대가 다른 시대를 오해한다더만

우린 가난해서 아주 풍요했다

그래, 사람아, 묵자!…


박은경

2021.06.18 08:52:17
*.90.141.135

에고 아침을 재꼈더니 슬슬 배가 고파오네요

지금 스모커에는 지난번에 잡아온 레드피쉬가 맛나게 구워지고 있답니다 ㅎㅎ

배고픔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은 이해가 잘 안 될거에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4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26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3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41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08 5
1895 축제의 꽃 퍼레이드/여름 이야기 박은경 2021-06-28 69  
1894 아주 달 빛이네 file [1] 유진왕 2021-06-26 119  
1893 칼국수 반죽 file [1] 유진왕 2021-06-26 186  
1892 그림자가 무서워~~~~ 박은경 2020-11-30 136  
1891 사흘간 자리 비웁니다 박은경 2021-06-23 90  
1890 빨랫줄/ 자유시 [2] 박은경 2021-06-23 100  
1889 다듬이소리/ 자유시 [2] 박은경 2021-06-23 107  
1888 길 위의 인생 file [1] 이병호 2021-06-22 169  
1887 [7언시] 약속을 믿고 박은경 2021-06-22 161  
1886 꿈에 만난 달맞이꽃[연시조] 박은경 2021-06-19 121  
1885 [디카시] 산수유 file [2] 박은경 2021-06-20 99  
1884 6월 물망초 file [2] 박은경 2021-06-18 138  
1883 우리집은 비둘기집 file 박은경 2021-06-17 80  
» 이 사람아, 밥 묵자 [1] 유진왕 2021-06-17 125  
1881 달맞이꽃[단시조] [2] 박은경 2021-06-17 4192  
1880 토끼 나라 만세 file [3] 유진왕 2021-06-16 132  
1879 오늘이 단오날/ 행시 file 박은경 2021-06-14 134  
1878 머리털 [2] 박은경 2021-06-15 111  
1877 사과편지[연시조] [2] 박은경 2021-06-16 101  
1876 [연시조] 숨 길 박은경 2021-04-10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