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아, 밥 묵자 >
밥 무운나
조반 드셨어요
점심 드시고 가이소
아이, 남기지 말고 다 드이소
이 사람아, 밥 무우러 오이라
우리 애들은 못 알아듣는 얘기…
우린 가난하게 살았다, 너 나 없이
세월이 그랬으니까…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그래서 밥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급했고
평화도 안녕도 건강도 모두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을라고…
이웃 집에 마실을 갈 때도
보나마나 빠듯한 그 집 식량 축내지 않으려 조심하고
누군가 길에서 마주치면 식사 하셨는지 묻는 것이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네 식 표현이었지
나도 굶어 봤으니까, 배고픈 게 뭔지 아니까…
그런데, 왜 배가 고프면 꼬로록 소리는 나는지…
우린 가난을 징그럽게 싫어했지만
그게 복인 건 잘 몰랐다
진지 드셨냐 건네는 한마디에
우리네 그 따스한 인정이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손님 밥그릇 커다란 주걱으로 꾹꾹 눌러 담을 때
거기 사람 사는 정이 켜켜 눌려 쌓이는 것을
아랫목서 따스한 밥주발 꺼내시는 할머니 모습이
한 평생 뇌리에 맴돌고 내 삶의 밥 힘이 될 것을…
한 시대가 다른 시대를 오해한다더만
우린 가난해서 아주 풍요했다
그래, 이 사람아, 밥 묵자!…
에고 아침을 재꼈더니 슬슬 배가 고파오네요
지금 스모커에는 지난번에 잡아온 레드피쉬가 맛나게 구워지고 있답니다 ㅎㅎ
배고픔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은 이해가 잘 안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