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에 대한 작곡가의 남다른 애정
동생 모데스트는 차이콥스키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이 곡을 작곡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고 말한다. 힘들어하면서도 차이콥스키의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던 거 같다. 그는 자신의 후원자 폰 메크 부인(Nadezhda von Meck, 1831~1894)에게 보내는 편지에 “여러 면에서 미성숙한 작품이지만, 이 곡(교향곡 1번)은 나의 다른 성숙한 작품들보다 근본적으로 더욱 중요하고 낫다.”고 적은 것으로만 보아도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어떤 작품보다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오랫동안 고민했던 음악 형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해결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평과 수정의 나날
〈겨울날의 환상〉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친 작품이다. 1866년 모스크바 음악교실에서 교편을 잡은 해 초고를 완성하였다. 스승 안톤 루빈스타인(Anton Grigorievich Rubinshtein, 1829~1894)과 니콜라이 자렘바(Nikolay Zaremba, 1821~1879)의 가차 없는 비평 하에 1고를 완성하였다. 작품 전체에 대해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1868년 러시아 음악협회의 연주회에서 전곡(2고) 초연이 이루어졌다.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준 지휘자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y Rubinstein, 1835~1881)에게 감사의 뜻으로 이 곡을 헌정하였다. 그 후 1874년 또 한 번 개정(3고)하였는데, 작품의 길이를 전반적으로 짧게 줄였다. 놀랍게도, 이 작품의 두 번째 공연은 15년 후인, 1883년 12월 1일 막스 에르드만스데르퍼(Max K.C.Erdmannsdörfer, 1848~1905)의 지휘 아래 마지막 버전으로 이루어졌다. 이 버전(3고)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겨울날의 환상〉이다.
불명확한 표제
1악장과 2악장에 각각 ‘겨울 여행의 몽상’, ‘음산한 땅, 안개의 땅’이란 표제가 붙어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대상을 묘사하려고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1악장의 표제는 ‘겨울 여행의 몽상’으로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가진다. 바이올린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플루트와 바순이 민요풍의 선율과 함께 제시되며 마지막 부분에는 팀파니의 연타와 관악합주로 작품의 클라이맥스가 나온다. 2악장의 표제는 ‘음산한 땅, 안개의 땅’이다. 현악 합주로 시작되는 2악장은 오보에가 러시아풍 주제를 연주하면 곡의 애잔함을 더한다. 그러나 표제와 달리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즐겁고 경쾌하다. 3악장은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가진다. 바이올린이 경쾌한 스케르초를 연주하며, 목관과 현의 피치카토가 작품에 선명한 경쾌함을 더한다. 차이콥스키가 학생일 때 작곡한 c#단조 피아노 소나타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차이콥스키는 이 피아노 소나타를 반음 내렸고 오케스트라 왈츠의 첫 줄의 전체 선율을 트리오로 대체하였다. 마지막 악장은 서주와 두 번째 주제 선율로 대중가요 ‘꽃이 피었네’가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이 선율은 1861년 카잔에서 학생운동 중 불렸던 노래로 농도 해방기의 러시아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