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에 대하여
배정웅
작은 먼지 한톨에도
세상의 인력이 존재하다고
*바가바드기타 한 대목에
그렇게 씌어져 있었네
이승의 면면 작디작은 풀꽃에 이르기까지
서로서로를 그리워하는 저 몸짓은
모두 인력의 탓이리
한번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신은
당신의 그지없는 인력으로
수시로 우리를 잡아당겼다 놓았다하네
한갓 신의 가느다란 실 끝에 매달려서
나 이날 이때까지 영혼 없는 헝겊 인형처럼 대롱거렸을 뿐
내 가슴속에 불꽃처럼 일어나는 이 그리움도
기실은 그 인력의 작용이리
아아 잠들기 전 내 가난한 램프에 불 켜리
아르헨티나산 볼펜 글씨로 노트장에
마지막 전언인 듯 몇 자 적어놓으리
먼 훗날 누군가가 있어 이 글을 읽고서는
지금의 나처럼 생각이 끝없이 깊어지리
세상의 어드메 숲 속 먼데서 붉은 가슴울새가
어둠의 시간을 쪼고 쪼아도
그리운 슬픔의 잠 못내 뒤척이겠네
(시 전문)
시인 신지혜는 배정웅 시인의 시, <인력에 대하여>에 대해 “그대는 왜 이 시간대 위에서 함께 부대끼며 울고 웃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바로 이 시가 그대에게 명징하게 들려준다. 그것은 인력이다. '그리움'조차도 서로 인연에 의해 줄을 밀고 당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인력의 힘에 의해 상응하고 깊이 공명하고 있음을 이 시가 일깨워준다.”라고 했다.
배정웅 시인의 시는 이국에의 힘겹고 고달픈 산문적인 현실을 시적 운율에 융해시켜 잘 표현하고 있다. 독특하게도 한국적인 이미지와 단어를 활용 수구초심적 시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고해하며 향토적 미학을 작품에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배정웅 시인은 부산 출생. 시집<사이공서북방 15마일>(1968) 김춘수 시인의 서문으로 출간 본격적인 문학활동, [현대문학]추천
완료했다.
시집으로 <사이공서북방 15마일><새들은 페루에서 울지 않았다><반도네온이 한참 울었다> 및 다수, 성남시문화상·해외문학
대상· 해외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전문지 '미주시인'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본 한국문협 미주
지회 상임고문이기도 하다.